▲ 김태익 재경이천시민회 회장

점심 식사 중 TV를 보다, 친구를 그리며 우는 여학생의 모습을 보고 수저를 내렸다. 울컥하고 목도 메었지만 이 땅의 중년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무어라 할 말이 없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최악의 해난사고가 발생 했다.

하늘도 땅도 함께 울어야 했던 4월의 악몽은 온 나라와 국민에게 너무도 큰 상처를 안겨 주었고 21세기 첨단 과학시대에 벌어진 일이니 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사고의 발단이 승객의 안위를 책임진 승무원들의 비상식적 행태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울분은 배가 되었고 사고 원인으로 거론되는 선박의 구조변경과 과적, 엉터리 운항안전체계, 무책임 했던 승무원, 당국의 미숙한 구조 대처 등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총체적 난맥상을 보여준 참담한 현실이 더욱 분노와 안타까움을 더하게 했다.

너무 참담하고 슬픈 사고를 접하고 보니, 누군가를 비난하고 원망하는 것조차 두렵고, 이번 사고는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잘못이자 책임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대한민국 국민과 전 세계인에게 너무나 큰 아픔을 던져준 세월호 관계자들에게 어떠한 중형을 구형한다 한들, 채 피어나지도 못하고 희생된 어린학생들에게 어떤 위로가 되겠으며 멘탈 붕괴에 가까운 국민들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겠는가?

원칙만 제대로 지켜졌더라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던 참담하기만 한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과 관련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문제시 되는 것 중 하나가 정부의 '재난대응시스템'과 이와 관련된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없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이번 사건에서 재난대응과 관련된 매뉴얼의 부재가 지적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3,000여개에 달하는 재난대응매뉴얼이 있다고 한다.

문제는 과거에 만들어진 매뉴얼이 검증되거나 변경되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만 존재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우리주변에 존재하기는 하지만 '유명무실'한 것들을 발견하기란 별로 어렵지 않다. '유명무실'의 대가가 이렇게 참혹할 줄을 누가 알았을까? 원칙을 무시한 대가치고는 너무나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이 우리 앞에 벌어진 것이다. 그 어떤 변명이나 이유를 만들어 설명해도 용서될 수 없는 참사인 것이다.

개발과 성장만을 앞세우며 지금껏 달려온 대한민국호가 이제는 진정 새로 태어나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 우리의 추한 자화상을 돌아보면서 성장일변도의 우리 사회가 함께 극복해야 할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형사고가 날 때 마다 뒷북만치는 행정과 사후약방문적인 처리로 수습해오던 관행을 이번에는 제발 단호하게 끊어버리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깊은 슬픔과 가슴 아픈 감정을 회복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다. 사고 이후 거의 대부분 경제활동이 위축되어 민간소비가 둔화하고 있으며 이 여파가 민간 경제부문 회복세를 약화시킬 수 있음을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특히 영세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매출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어서 또 하나의 사회적인 문제가 되며 큰 걱정거리로 떠오른다. 하루속히 모든 것이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어 상처의 치유를 위한 노력도 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이번 사고의 모든 희생자와 유가족 분들에게 깊은 애도와 조의를 표하며, 다시는 이러한 슬픔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천저널  icjn25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