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익 재경이천시민회 회장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기 저기 자치단체장 예비후보들이 내건 슬로건이 눈에 띤다. 그중 ‘1만원 연봉’을 내세운 후보들의 발 빠른 구호가 단연 눈길을 끈다. 이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은 “신선한 충격이다”, “지자체가 직면한 지방재정 위기를 잘 부각시켰다”라는 긍정론과 “자치단체장 당선을 위한 돈 많은 사람들의 정치 이벤트 같다”라는 비판론 등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 모 정당은 부채가 많은 기존 자치단체에 대한 필승전략으로 ‘자치단체장 연봉 1만원’ 아이디어를 6•4 지방선거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당선 시 ‘1만원 연봉’ 공약은 일부 지자체가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세기의 시장’이란 칭호를 듣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재임 기간 중 연봉 1달러만 받고 나머지 연봉은 사회에 기부한 점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연말 퇴임한 블룸버그 시장은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스러워하는 도시이며 미국의 상징인 뉴욕시의 시장으로 무려 12년을 재직하며 재임동안 세계적인 금융정보 미디어기업인 블룸버그를 키워낸 사업가적 마인드로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통찰력을 십분 발휘해 뉴욕을 더 강한 도시로 키워낸 인물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9•11테러 이후 공포에 질린 시민들의 대탈출로 인해 쇠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뉴욕을 재임기간 동안 비즈니스가 넘쳐나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잘사는 도시, 건강한 도시 그리고 법과 질서가 지켜지는 도시로 변모시켜 기업가로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이 어떻게 성공한 정치인이 되는가를 몸소 보여주었던 인물인 것이다. 2002년 시장에 취임하면서 단 1달러의 연봉만 받겠다고 선언했던 그는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13위의 부자 사업가이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그냥 부자가 아니다. 그가 3선 12년의 임기를 마치고 떠나면서 남긴 화제 역시 ‘기부’에 관한 것일 만큼 성공한 사업가보다는 미국의 10대 기부가로서 지금까지 2조4000억 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시장 재임 중 에도 그의 기부 손길이 뉴욕 곳곳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그는 뉴욕의 예술, 문화단체 등과 가난한 흑인, 히스패닉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시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에도 상당한 액수의 개인 돈을 썼다는 보도도 있었다. 12년의 재임 기간 동안 판공비를 한 푼도 쓰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블룸버그가 ‘세기의 시장’이란 칭호까지 듣는 것은 통 큰 기부 뿐 아니라 강력한 개혁에 기인한 점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세계 최고 도시의 시장에 어울리는 화려한 영웅 같은 인물이 아니었다. 그러나 12년의 임기 동안 여러 가지 공공보건•건강 관련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여 범죄율을 대폭 낮추고 공공영역에 민간기업의 경영마인드를 접목시켜 적극적인 투자유치, 도시 기반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과 수리로 뉴욕을 안전하고 매력적인 도시로 재탄생 시키며 뉴욕 시민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자치단체장들에게 블룸버그처럼 월급을 포기하거나 개인 돈을 털어 자치단체를 운용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다만 그처럼 진정한 개혁을 해주도록 바랄 뿐이다.

머지않아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실시된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는 하지만 금권과 혈연, 학연 등에 사로잡혀 선거문화와 풍토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자격 있는 인물을 뽑는 제대로 된 장치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 불룸버그를 앞세운 자치단체장 후보들의 ‘1만원 연봉’ 슬로건이 선거를 앞두고 당장에 무언가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인지 지역을 위해 헌신할 진정성이 있는지의 여부를 가려낼 깨어있는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천저널  icjn25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