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익 재경이천시민회 회장

‘정학골’은 마장면 표교리를 달리 부르는 이름으로 학창시절 여러 차례 찾았던 곳인데 요즈음 프리미엄 아울렛이 생기면서 예전에 비해 몰라보게 변화되었다. 설 명절에 ‘정학골’에 사시는 친구 어머님께 세배를 드리고 나오니 한 해 동안 정성껏 농사지으신 쌀을 한 자루 차에 실어주셨다. 이어 백사면 현방리에 계시는 친구 부모님도 찾아뵙고 큰절을 드리니 여전히 친자식 이상으로 반가움을 표하시며 ‘항상 건강하고 깊은 우정을 계속 간직하라’는 덕담을 해주셨다.

나와 가까운 친구 몇몇은 고등학교시절 사회에 나가서도 열심히 살아가며 우의를 다지고자 작은 모임을 만들어 이제껏 집안의 대소사는 물론이고 사십여 년 가까이 친인척보다도 더 진한 형제애를 나누고 있다.

해마다 추석과 설이면 어김없이 친구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가는 것이 일상화 되어 올해로 33년이 된 것 같다. 한해도 거른 적이 없이 일 년에 두 차례 명절에는 나의 부모님께 하듯 인사를 드려왔다.

결혼초기 우리 아이들이 아직 어릴 때에는 여덟 집 부모님을 모두 모시고 버스에 ‘효도관광’이라고 큰 플랜카드를 매달고 문경새재와 단양팔경을 다녀온 적도 있다.

처음에는 여덟 집 부모님을 모두 뵈러 다니기 시작하였으나 하늘나라에 가신 부모님들과 미국으로 이민 가서 사는 친구 부모님을 빼고 나니 안타깝게도 이제 네 집 어른들께만 인사를 다니고 있다.

우리는 부모님을 찾아 인사드리고 고작 작은 과일 상자와 적은 금액의 용돈을 드릴 뿐이지만 부모님들은 손수 준비하신 온갖 정성어린 선물을 주시며 반갑게 맞아 주신다.

여느 때는 집에서 농사지어 짜낸 참기름, 들기름을 여느 때는 곱게 말린 태양초를 주시며 여느 때는 광에 걸려있던 마늘 한 접을 차 트렁크에 가득 채워 주신적도 있다.

세월이 많이 흘러 부모님들도 연로하시고 우리도 자녀들을 결혼시켜 손주 까지 보았을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반갑게 맞아주시고 귀한 것 아낌없이 내어 주시는 부모님의 넘치는 사랑과 따뜻한 정을 어찌 표현 할 수가 있을까?

백화점이나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값비싼 선물 세트 보다도 몇 십 배나 소중하고 값진 향기로운 쌀 한 자루, 마늘 한 접이 명절 내내 나를 행복하게 하여 주었다.

옛말에 ‘인생을 살아가며 위기가 닥치고 힘에 겨울 때 제일먼저 찾아줄 친구가 3명만 있어도 성공한 삶’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내게는 힘들고 어려울 때 버팀목이 되어줄 우애 깊고 자랑스러운 여덟 명의 친구들이 있으니 참으로 행복하고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해도 좋을 듯하다.

자녀 교육의 본질은 부모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다. 작지만 가슴깊이 우러나와 실천하는 효도야 말로 올바른 인성 함양을 위한 교육의 시작일 것이며 부모가 몸소 실천으로 어른을 공경하고 윗사람 존경함을 보여줄 때 우리 아이들도 부모님 섬김을 배우게 될 것이다.

자라나는 우리아이들이 올바르고 건전한 정신세계를 갖추도록 하는 인성교육이 절실한 요즈음 어른 찾아뵙고 공경하는 법과 우리의 소박하고 끈끈한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효행의 근본은 물질이 아니라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한다.’는 말과 함께 우리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다.

이천저널  icjn25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