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익 재경이천시민회 회장

여기저기서 새해맞이에 분주한 요즈음 밤잠 못자고 시험공부에 몰두하는 네 모습이 너무도 안쓰럽구나. 한의대 6년을 마치고 한의사 국가시험에 통과하여 대학병원에서 3년을 근무하며 내공을 쌓은 우리 아들이 박사과정을 하며 또 며칠 후에 전문의 국가시험을 치른다고 하니 아버지는 끝없이 노력하고 애쓰는 아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생각나니? 벌써 이십여 년 전 이야기 이지만 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빠와 함께 강동구 둔촌동에서 이천 할아버지 댁까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작정 출발하여 하루 종일 걸어서 간적이 있었지?

무더위가 한창이던 여름 날 하남시 쯤 가니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온 몸이 불같이 뜨거워 오며 통증이 오기에 아버지는 너에게 몇 번이고 ‘이제 힘들면 버스를 타고 가자’라고 제안을 했었다. 그러자 너는 해맑게 웃음 지으며 ‘아빠 우리가 걸어가기로 했던 계획을 포기 할 수가 없어요!’라며 한사코 손사래를 치고는 나보다 더 열심히 걸었다.

이제야 하는 이야기지만 너의 힘든 모습도 애처로웠지만 사실은 내가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우리는 계획대로 이천에 무사히 도착하였고 아버지는 할아버님께 큰 꾸지람을 듣고 말았다. 어린 너에게 너무나 큰 시련과 고통을 주었다고 말이다.

그런 정신력 때문인지 부모가 많은 뒷바라지도 못해 주었지만 너는 스스로 힘든 과정을 잘 이겨내고 잘 공부하여 한의사가 되었고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모두 마치고 올 봄이면 군의관으로 나라의 부름을 받아 아버지 곁을 떠나게 되는구나. 아버지는 너의 든든한 모습에 한없이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네가 대학 두 곳에 모두 당당하게 합격했을 때 나는 대리만족을 위한 마음도 있었고 우리 아들이 서울대학교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 입학하여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엔지니어가 되길 원했지만 아들은 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그동안 살면서 아버지 말씀을 한 번도 거역한 적이 없으나 이번만큼은 양보해 달라’며 어렵게 합격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등록을 취소하고 경희대 한의대에 진학하여 6년 동안 장학금을 받으며 열심히 공부했고 의료봉사회장을 맡아 서해안 도서지역의 의료 불모지에 주기적으로 의료봉사도 하며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의술을 펼치는 한의사가 되어 네가 했던 말을 행동으로 실천해 주고 있으니 더 없이 고마운 마음이다.

나는 우리 아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양심과 위엄으로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며 의술을 베풀고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겸허하게 실천하며 어려운 이웃의 형편을 돌아볼 줄 아는 좋은 의료인이 되어 주길 기도한다.

아들아! 그동안 공부에 매진하느라 고생 많았다. 군의관 입대 전에 혹여 시간이 허락 한다면 그간의 노고도 위로해 줄 겸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이라도 하며 좋은 추억거리를 하나 더 만들고 싶구나. 옛 추억을 떠올리며 이번엔 둘레길을 함께 걸어 보면 어떨까?
사랑한다. 아들아!

이천저널  icjn25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