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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의 크기

이천저널l승인201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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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익 재경이천시민회 회장
이탈리아 파엔차 도자비엔날레, 일본의 미노 도자비엔날레와 함께 세계 3대 도자비엔날레로 꼽힌다는 2013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가 이천을 주행사장으로 하여 금년에도 많은 성과를 남기고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다. 행사를 잘 마무리 지은 도자센터 임직원과 이천시 공무원, 그리고 도예인 들의 노고에 진심어린 격려와 함께 큰 박수를 보낸다.

도예인의 혼과 열정으로 탄생되어 행사장에 전시된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작품들을 돌아보다 문득 그릇의 크기에 관한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릇'은 음식이나 물건 따위를 담는 기구를 통틀어 일컫는다. 흙으로 빚어 굽거나, 놋쇠 등 금속을 녹여 만들거나, 유리, 나무, 플라스틱 따위를 재료로 만든다. 그릇의 대표적인 것에는 식기가 있다. 먹을 것을 담는 그릇이니, 사발, 접시, 잔, 바리, 놋그릇, 뚝배기, 주전자, 솥, 항아리, 병, 통, 소쿠리 등도 모두 그릇의 일종이다.

여기에 뜻을 더해 그릇은 일을 처리하는 사람의 기량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 사람의 그릇됨이 옹졸하다'는 말은 그 사람의 덕과 재능이 부족함을 나타낸다. '그릇이 크다'는 말은 '장차 크게 될 것'이라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그릇이 작은 사람은 일을 그르친다.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도 못하고 일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며, 좋은 결과도 내지 못한다.

혹시 좋은 결과를 내었어도 좋은 평판을 듣지 못한다. 그릇이 작은 사람이 많은 것을 그릇에 담고자 하면 곧장 차서 넘친다. 용량이 작기에 많이 담을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갑자기 그릇을 키울 수도 없고, 적은 용량의 그릇에 물건을 담으려니 담겨야 할 것들을 질질 흘리게 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니 될 수 없다. ‘옥(玉)은 쪼지 않으면 그릇이 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귀한 옥이라 해도 쪼아내고, 갈고 다듬어서 귀한 것을 담을 수 있도록 제작되어야 한다. 학문이나 인격도 마찬가지이다. 절차탁마(切磋琢磨)는 원석에서 옥을 잘라내는 절(切), 불필요한 부분을 줄로 갈아 없애는 차(磋), 마음에 맞게 쪼아내는 탁(琢), 윤기 나도록 숫돌로 갈아내는 마(磨)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겪어내지 못하면 제대로 된 그릇이 되지 못한다. 단지 돌덩이에 지나지 않는 흉물이 될 뿐이다. 그릇이 유용하게 쓰이려면 안이 비워 있어야 한다. 깨끗이 비워져야 한다. 깨끗하게 비우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것을 담으면 나중에 담는 것이 제 맛을 낼 수 없다. 사람은 그릇이다. 귀하게 쓰이는 그릇이 되기 위해 깨끗이 비우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것저것 담아 잡동사니 섞어놓은 그릇이라면 어찌 존경받는 사람이 될 수 있겠는가?

머지않아 내년에는 지역의 일꾼들을 선출할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자천 타천으로 여러 사람들이 후보군에 올라있는 듯하다. 문제는 정치에 입문 하고 높은 자리에 오르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크고 작은 권력의 노예가 되고 과욕을 부려 실수를 범하게 되고 또 국가와 사회에 폐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 정치인은 덕을 본바탕으로 하여 소신껏 일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집행하며 그야말로 봉사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평소에 지역에서 뚜렷한 봉사 한번 하지 않던 사람이 하늘에서 낙하산타고 내려오듯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그릇 크기와 용량을 잘 살펴보고 겸손함으로 이천시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천의 지도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정말로 나라 일을 맡길만한 지도자가 그립고 아쉬운 시대이다. 이름이 제법 알려진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저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을 알아달라고 호소하지만 그릇의 크기를 재보고 비교할 잣대가 마땅치 않다.

문득 논어에 나오는 군자삼변(君子三變)이란 말이 생각난다. ‘멀리서 보면 엄숙한 모습이나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따뜻한 느낌을 주고 그 말을 들어보면 이치에 어긋남이 없는’ 사람, 그런 사람 찾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지만 그에 가까운 사람이라도 찾아내야 하겠다. 선거바람이나 후광에 휩쓸려 또는 화려한 이력과 지연, 학연, 혈연을 쫓아 진정한 크기의 그릇을 소유한 능력 있는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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