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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값진 점심식사

이천저널l승인201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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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익 재경이천시민회 회장
용인시에 두 곳 밖에 없는 사립중학교인 문정중학교가 올해로 개교 60주년을 맞아 학교 60년사를 편찬한다기에 상담을 위해 얼마 전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출판담당 선생님과 함께 교장선생님을 면담하기 위해 복도와 계단을 지나게 됐는데 마침 휴식시간이어서인지 많은 학생이 복도를 지나고 있었고 지나치는 학생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밝은 모습으로 나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 학교의 교사도 아니고 학부형도 아닌 외부 사람이지만 정말 진심어린 인사를 하는 학생들을 보며 ‘우리나라 학교교육이 아직까지는 살아 있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학교거래처가 많아 여러 학교를 방문했었고, 여러 사람을 대해온 터라 요즈음 학생들의 인성을 잘 알기에 이 학교 학생들의 행동이 더욱 신선해 보이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줬다.

교장선생님을 뵙고 다른 학교 학생들과는 다르게 학생들의 표정도 밝고 인사성이 매우 바르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웃으시며 학교와 학생들의 자랑을 쏟아놓으셨다.

학교이름을 조선 중종 때 사림의 지지를 바탕으로 도학 정치의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정암 조광조(靜庵 趙光祖)선생의 시호(諡號)인 문정(文正)으로 지은 것은 물질문명과 과학 기술에 밀려 옛 선인들이 고귀하게 생각하던 정신적 가치가 도외시 되는 요즈음의 풍조가 인간의 타락을 부추김으로써 사회와 국가의 존립 기반을 무너뜨리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기에 이시대의 학생들에게 평생 마음에 품고 본받을 만한 선인이 있다면 이런 위기나 어려움들을 늦추거나 없앨 수 있으리라 생각해 어려서부터 행실이 바르고 아이답지 않게 근엄하며 엄격하였던 조광조 선생의 사상을 교육적 가치로 삼았다고 말씀하셨다.

더해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얼마나 강조해서 교육하셨는지 문정 학생들에게 교장선생님 함자를 물어 보면 대부분 ‘조광조’ 선생이라 답한다는 우스개 말씀도 하셨다.

업무협의를 마치고 마침 점심식사 시간이 되어 교장 선생님께 외부에서 식사하실 의향을 여쭈니 손사래를 치시며 학교 밖 식당이 아닌 교내 식당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자고 하신다. 나는 교직원 식당이 별도로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칸막이 하나 없는 식당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마주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에 또 한 번 감동했다.

교장선생님께서 학생 뒤에 줄을 서서 식판을 들어 나에게도 하나를 건네주시며 ‘우리학교 급식이 영양도 만점이고 위생도 만점’이라며 자랑을 하신다.

적어도 교장선생님께는 별도로 배식을 해드려도 될법한데 교장선생님은 급식 하시는 아주머니에게 ‘고맙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인사하시며 식판에 손수 밥을 타서 학생들이 앉아있는 탁자에 마주앉아 식사를 하셨다.

식사를 하시며 학교 급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위생관리이며 검증된 양질의 식재료를 농협 등을 통하여 저렴하게 구매하고 수시로 학부모들과 교육청의 관리 감독 하에 철저히 점검을 한다고 하셨다. 매일 바뀌는 식단 또한 학생들에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며 학생들 입맛에 맞는 메뉴로 선정된다고 하셨다.

예전에는 집안형편 때문에 점심을 거르던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전교생이 같은 시간, 같은 식단으로 급식을 하니 가정 형편에 따른 위화감 같은 것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급식의 맛과 질도 좋았지만 권위와 위엄을 버리고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어울려 함께 식사하는 환경을 보면서 이 학교의 분위기와 학풍이 짐작되었다. 게다가 자연스럽게 밥상머리 교육이 되니 이게 진정 살아있는 교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학부모들의 교사들에 대한 불신과 자기 자식이 체벌 당했다고 학교에 쫓아가 선생님의 무릎까지 꿇게 했던 사건이 회자 되고 있는 현실 아닌가?

어느 특정 학교를 소개하고자 하는 글도 아니고 짧은 시간에 자세한 학교환경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요즈음 같은 교육환경 속에서 묵묵히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심혈을 기울이는 선생님들이야 말로 행동으로 가르침을 실천하는 참 스승이 아닌가 싶다.

아침을 걸러 시장했던 차에 나는 어느 고급식당 음식보다도 맛있고 값진 점심을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었다.


이천저널  icjn@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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