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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눈물

이천저널l승인201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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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익 재경이천시민회 회장
고향 이천을 떠나 객지인 서울에 와서 생활한 지도 어언 30여년을 훌쩍 넘겼다. 아는 이 하나 없는 물 설고 낯선 객지에서 그것도 맨몸 하나를 밑천으로 치열한 경쟁에 적응해가며 사업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본금 한 푼 없이 제로베이스에서 사업을 시작한 내가 이제껏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밤낮 안 가리고 뛰어 다니며 온갖 역경을 참고 극복해내려고 노력했던 때문이며 30여 년간 오직 한 가지 일에만 주력해 현재의 이 자리까지 도달하기까지에는 너무도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고는 거래처 하나를 확보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지금은 먼 기억 저편의 추억이 되어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수많은 거래처에서 문전박대 당하는 과정은 기본이었다. 내가 목표한 거래처를 방문하려면 정문 수위실부터 시작해 청소아주머니들께도 깍듯이 고개 숙여 인사하며 나의 존재를 알려야 했고 담당자와의 면담은 사전에 약속이 되어 있었음에도 늘 뒤 순위로 밀리고, 변경이 되고 하여 헛걸음질 하던 때도 수없이 많았다. 상대방에게 나의 진심을 전달하기 위하여 문턱이 닳도록 거래처를 찾아다니며 담당자의 마음이 열리도록 이해시키고 진실한 대화를 하기까지는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했다. 자존심 강한 내게는 참으로 견디기 힘든 시간들이었다.

더욱 나를 힘들게 했던 일들은 이천이 고향인 분들을 어렵게 소개받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오면 그 다음 날부터는 나의 전화조차 안 받는 분들이 많았다.

물론 사업을 처음 시작해 거래처 확보로 힘든 상황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알리고 도움을 기대하고자 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아무 연고도 없는 낯선 곳에서 고향 사람을 만났다는 반가움이 훨씬 더 컸다.

그러나 공직에 계시는 분이나 대기업에 근무하시는 분, 그 누구 할 것 없이 본인에게 누가 될까봐서인지 아니면 보잘 것 없는 후배가 귀찮아서였는지 연락이 되지 않을 때에는 참으로 마음이 아팠고 눈에서는 피눈물이 났다.

그럴 때면 서러움을 주체할 수 없어 대중목욕탕으로 달려가 샤워기의 물을 크게 틀어놓고 많은 눈물을 흘렸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은 자존심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기필코 성공하리라 다짐을 했고 ‘나보다 부족하고 약한 사람에게 눈물을 주지 말고 희망과 도움을 주며, 나에게 은혜를 베푸신 분들의 크고 작은 은혜를 잊지 말고 살라’ 하시던 돌아가신 선친의 가르치심을 몸으로 실천하며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다.

다음 달이면 회사 창립 30주년을 맞이한다. 우리 회사의 상호인 홍익문화사는 30여 년 전 창업당시 ‘홍익인간의 정신을 바탕으로 출판문화를 통하여 세상을 이롭게 하고 더불어 살아가겠다’라는 뜻으로 지은 것이다. 나는 제조업의 제일 중요한 덕목이 정성과 혼이 담긴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더불어 고객과의 진실한 교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말을 앞세우기보다 변함없이 한결같은 행동으로 신뢰를 형성해오며 사업을 이어왔다. 서로의 신뢰가 쌓이고 진정한 대인관계가 형성됐을 때 진정한 파트너십이 형성되고 고객 간에 갑과 을이 아닌 진정한 협력관계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사업 초기 공장에서 직원들과 같이 밤새워 일을 하다가 새벽녘에 남대문시장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나누던 때가 생각난다. 새벽 2시 넘어서의 남대문시장 풍경이야 말로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박하고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전국 각지에서 버스와 각종 짐차를 대절해 몰려온 도매상인들이 단돈 천원을 깎기 위해 큰소리로 흥정을 하고 고함도 지르는 생동감 넘치는 현장을 보고 있노라면 온종일 힘에 겨워 지쳐 있던 나는 나보다 더 부지런하고 나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는 생각을 하며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하겠다는 투지를 불태우곤 했다.

나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자산은 여러 분야에서 늘 많은 도움을 주시는 풍부한 인맥과 내 회사, 내 일이라고 생각하며 혼신의 노력으로 열심히 일해 주고 있는 우리 가족(직원)이다. 겉으로 드러내놓고 표현은 못하지만 이들을 향한 고마움을 마음속에 새기며 더불어 성장하는 밝은 미래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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