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혁 전 경기도의회 부의장

그동안 영광의 졸업장을 받기까지 심혈을 기울여 열정을 태운 너희의 대견한 노고에 할아버지는 뜨거운 가슴 넘치는 사랑, 활짝 핀 웃음으로 이 칭사를 쓴다.

흔히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한다.

이제 너희들에게서는 아름다운 꿈의 동산이 부풀고 설레는 가슴에서는 미지의 세계가 전개되며 가고자 설정한 인생의 다양한 지표의 깃발이 힘차게 펄럭일 것이다.
설렘의 한편에서는 막연히 초조하고 무언가 불안한 감정의 풍랑도 일 것이다.

뜨거운 자존의 열정 찬란한 미래가 고동치는 청춘!

청춘이란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하며,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정열,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미래를 높이 추켜들고 희망의 물결을 잡는 한 80세라도 인생은 청춘으로 남는다는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을 애송하기를 권하면서 내 바램의 소회를 정서한다.

첫째.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아끼며 사랑해라.
나를 사랑하는 길은 뜨거운 관심과 배려, 폭 넓은 이해와 친절, 겸손하고 감사할 줄 아는 언행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내 곁에 있어야할 사람들이 있는 것, 부모님이 계시고, 형제와 자매가 있고, 친구와 이웃이 있을 본연의 자리에 그대로 있다는 것은 항상 잊지 않고 깊이 감사해야 할 주님의 은총임을 명심해야 한다,
사랑은 부분보다는 전체를 먼저 생각하고 대립보다는 대화를 앞세우며 나눔과 봉사를 중시하고 어느 때 갑자기 낯설어진 초췌한 부모님의 모습에 아픈 마음을 추슬러 가슴에 묻고 극진한 효심으로 공양하는 참된 정성을 마음속 깊은 곳에 평소 많이 담아두어야 한다.

둘째. 또렷한 목표가 있는 삶을 영위해라.
죽은 물고기처럼 강물 따라 떠내려가는 인생은 삶의 가치를 상실한 쭉정이 인생이다.
나만의 길을 간다는 건 외롭고 두렵지만 아름다운 것이다.
부드럽고 곱고 고운 한결 같은 마음으로 베푸는 삶은 성직자와 같은 거룩함이다.
왼쪽도 보고 오른쪽도 보며 편협하게 치우치거나 기울어짐 없이 생기 있는 숨소리 용기 있는 비평과 올곧은 저항의 몸짓 중용의 철학으로 지성의 나약을 보충하리라 믿는다.

셋째. 범사에 고마워하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일관되게 견지하여야 한다.
종교와 종파를 뛰어넘어 충분히 아프고 뜨거웠던 한 시대의 지도자 김수환 추기경님의 <하늘에 닿고 싶다면 땅이 되어서 섬기라.>는 말씀 가슴에 새겨 너희를 낳아 지금의 그 자리에 세워주신 부모님께 옷깃을 여미고 공손하게 수발하며 기쁘게 해드려라.
마음의 눈은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사랑의 행위에서 맑게 밝아지며 감사와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말 같으면서도 매우 어려운 참으로 귀중한 말임을 깊게 명심해야 한다.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태어나고 아무것도 모른 채 성장하는 사람이 추위와 굶주림을 참기 위해 태어났고 삶을 멋대로 즐겨보라고 주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세상사의 십중팔구는 여의치 않고 마음에 드는 일은 한 두 가지밖에 없네.>라고 읊조렸던 낭송 “방악”의 말은 평범하지만 소중한 진리임이 자명하다.

넷째. 언제 어디서나 책을 매만지며 가슴에 품어 새기는 독서인이 되기를 바란다.
비천하고 경박해서 조심해야할 사람과의 만남은 만날수록 비린내가 나는 생선과 같은 잘못된 만남이지만, 힘들 때 땀을 슬플 때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과 같은 아름다운 만남(정채봉 시인의 시 만남에서)은 책과의 만남에서만 피가 되고 살이 되어 피어나는 것이다.
<학업은 부지런한 데서 정진되고, 노는 데서 황폐해지며, 행실은 생각하는 데서 이루어지고, 분별없이 마음대로 하는 데서 허물어진다.>고 “한유”는 말했다.

학문의 바다는 끝이 없는 법, 배움은 물을 거슬러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곧 퇴보하기 때문에 부지런함이 체질화되어야한다.

언어의 빈곤을 헤치고 지혜를 계발하며 표현이 풍요로워지고 자유가 주어지는 독서는 영혼이 떨리는 경륜에서 알차게 여물며 주렁주렁 열리는 것이다.

삶과 죽음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세 가지 독인 미움. 욕망. 무지에서 자유로워져야한다고 말한다.

외롭고 힘들 때마다 <인생은 언제나 지금부터야. 누구에게나 아침은 찾아온다.>고 말한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는 92세에 시를 쓰기 시작하여 99세에 낸 시집 <약해지지 마>가 100만부나 팔렸다고 한다.

일흔에 배운 한글로 3년 만에 시집 <치자꽃 향기>를 펴낸 “진효임” 할머니!
20대의 젊은이들이 “지금”을 놓고 절망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게 말은 걸어보지도 살아보지도 않고 제값만 받으려고 하는 공짜 심보다.

칼라하리 사막의 굳 호프(GOOD HOPE=희망봉. 남아프리카 남단의 곶)에서의 죽음 같은 고독, 텅 빈 땅에서 얻은 영성, 도덕 신앙을 떠나 생명 그대로를 경외하고 존중하는 법과 살아 있음만으로 나는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 내가 견뎌 낼만한 고통이 있는 건 축복임을 깨달았다고 말하는 아주 작은 여자 ! 척추장애자로 태어나 14살부터 식모살이를 하며 불굴의 의지로 노력해서 세계 장애인기능대회에서 금메달리스트가 되고 14년간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했으며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청춘아 가슴 뛰는 일을 찾아라>는 책을 출간한 눈물을 희망으로 쏘아올린 위대한 여인 ! 행복한 것은 그냥 지나가지만, 어둠과 상처는 지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반짝반짝 빛을 낸다는 134센치메타의 작은 거인 !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는 데 24년이 걸렸다는 “김해영” !을 한 시절 스승으로 삼아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는 김춘수 시인의 시 <꽃>과 정일근의 연애시 <추억>, 이해인 수년의 시 <황홀한 고백>을 짚으로, 너희가 살아온 20여년과 할아버지가 살아온 76년을 하루로 묶어 추억의 짚신을 삼아보자 !

계사년이 열리면서 가고 있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할아버지 이재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