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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줄 수 있어야 한다 - 9

이천저널l승인201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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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기흡 이천시민장학회 사무국장
시골에 사는 조카 두 아이가 방학을 맞아 서울에서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삼촌집에 일주일 동안 머물게 되었다. 자상한 삼촌은 조카들에게 일주일 동안 무엇이든지 잘해 주려고 세심한 배려를 했다. 그래서 조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구경시켜 주면서 매번 고급 음식점으로 데려가서 값비싼 음식도 사 주었다.

“얘들아, 배 고프지? 뭐 먹고 싶니?”
“응, 자장면.”
“삼촌 나도 자장면 사줘.”
“야, 여기까지 와서 자장면을 찾고 있냐? 삼촌이 더 맛있는 거 사줄게.”

삼촌은 매번 이런 식으로 조카들을 고기집에 데려가서 갈비도 사주고, 양식집에 데려가서 돈까스도 사주고, 고급 뷔페식당에 가서 마음껏 먹고 싶은 대로 먹게도 해주었다. 그때마다 삼촌은 조카들을 위해서 뭔가 해주었다는 마음에 뿌듯해 하면서 주머니가 축나는 것을 아까워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서 조카들이 시골로 내려갈 때가 되었다. 삼촌은 그 동안 조카들한테 해준 것이 많아서 뭔가 듣기 좋은 소리를 들으려고 조카들을 보고 이렇게 물어보았다.

“그 동안 재미있었지? 뭐가 제일 좋았어?”

당연히 조카들 입에서 좋은 말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조카들은 오히려 시큰둥하게 말을 했다.

“삼촌은 참 치사해!”
“그게 무슨 소리야? 삼촌이 왜?”
“우리가 먹고 싶다는 것은 한 번도 안 사줬잖아!”
“그게 뭔데?”
“자장면!”
“맞아, 나도 서울에서 자장면 먹고 싶었는데, 삼촌은 맨날 이상한 것만 사줬잖아!”
“.......?”

그 동안 삼촌이 조카들에게 사준 모든 음식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갈비를 사주고, 돈까스를 사주고, 뷔페식당에 데려가면서 뿌듯해 했던 것은 삼촌의 마음뿐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매번 자신들이 먹고 싶어 했던 자장면을 사주지 않는 삼촌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그냥 우스개 소리로 넘기기에는 좀 찜찜하다. 특히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에게 무엇인가를 해주었을 때 우리 아이들도 이야기속의 조카들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

“너, 입고 싶은 옷을 골라 봐.”
“엄마, 이 옷 어때?”
“야, 바닥에 질질 끌리는 바지를 왜 입어?”
“그래도 요즘 이게 아이들한테 인기짱이란 말야!”
“어쨌든 그건 불량학생 같잖아! 그건 안 되니까 다른 것 골라 봐.”
“그럼, 엄마 이 옷은 어때?”
“야, 그건 좀 어두워 보이지 않냐? 사람이 잘 살려면 환한 옷을 입어야 한다고 했어. 그러니까 이왕이면 환한 옷 중에 골라 봐.”
“그럼, 엄마 마음대로 해.”
“야, 이 옷은 어떠냐? 예쁘지? 색상도 환하고, 가격도 비싸고, 뭔가 좀 귀해 보이지 않니?”
“그건 너무 튀잖아! 그걸 어떻게 입어?”
“튀면 좋은 거잖아. 다 너를 위한 거니까 입어 봐.”
“........?”

우리는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접하고 있다. 어쩌면 나 자신이 바로 이 이야기 속의 주인공일 수가 있다. 그런데 한번쯤 생각해 보면 무엇을 잘못했는가를 알아 차릴 수 있다. 정말이지 한번쯤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는 이야기다.

이럴 때 어머니의 말대로 아이가 옷을 입고 다닌다면 누가 누구에게 해준 것이 더 많은 것일까? 물론 자식을 사랑해서 누구보다 예쁘고 비싼 옷을 사준 부모의 마음을 깍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상황을 놓고 보면 부모가 아이의 말을 들어주기보다, 아이가 부모의 말을 들어 주고 있는 상황이다. 즉 부모는 아이에게 옷이라는 물질을 사주고 있지만, 아이는 부모가 옷을 사주며 누리는 부모의 마음을 받아주고 있는 것이다.

부모가 옷을 사주는 마음을 아이가 받아 들이면 다행이지만, 이 경우에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옷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어머니가 사주는 비싼 옷을 받으면서도 불만이 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촌이 자기 생각에 맞춰 아무리 좋은 음식을 사주었어도 조카들이 원하는 자장면 하나 사주지 않아서 원망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즘 아이들이 옛날에 비해서 물질적으로 풍부한 환경 속에서 살면서 오히려 욕구불만이 쌓여 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먼저 인식해야 한다. 자칫 이런 부분을 소홀히 했다가는 남들보다 더 좋은 것을 해 주고도 막상 아이한테는 하나도 받은 것이 없다는 불만을 듣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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