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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취향을 강요하면 아이는 받은 것이 없어진다 - 8

이천저널l승인201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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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기흡 이천시민장학회 사무국장
“엄마 아빠도 저한테 공부 좀 하라고 잔소리 좀 해 주세요. 다른 애들은 엄마 아빠한테 잔소리 듣는 것이 제일 싫다고 하지만, 저는 엄마 아빠가 저한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 것이 불만이에요. 왜냐 하면 전 아직 어리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저 혼자 할 수가 없잖아요. 엄마 아빠가 공부 좀 하라고 잔소리를 하면 자극을 받아 숙제도 더 열심히 할 텐데, 아예 관심이 없으니까 숙제도 할 맛이 안 나는 거예요. 그러니까 엄마 아빠도 제발 저한테 공부 좀 하라고 잔소리 좀 해 주세요.”

몇해전에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술 수업을 한 적이 있었다. 글쓰기에 자신감을 심어주고자 처음에는 비교적 간단한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게 하려고,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을 편지글 형식으로 쓰라고 했는데 많은 학생들이 제발 공부하라고 잔소리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글을 쓴 반면에 공부하라고 잔소리 좀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잘 된 글을 중심으로 공개적으로 이야기 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이 글을 쓴 아이는 자신의 이름이 밝혀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괜히 아이들이 자신을 따돌리기라도 할까 봐 걱정을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글을 공개했더니 난리가 났다.

“세상에 공부하라고 잔소리 좀 해 달라는 학생이 어디 있어요? 그거 선생님이 우리 보라고 일부러 지어낸 거죠? 그렇지 않으면 왜 글을 쓴 사람의 이름이 없어요?”
“그거야 이름이 밝혀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지.”
“왜요?”
“괜히 친구들이 왕따 시킬까 봐 그렇겠지?”
“그런 애가 있다면 당연히 왕따죠. 세상에 그런 애가 어디 있어요?”

그때 이 글을 쓴 학생의 요구대로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정말이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만약에 이름을 공개했다면 그야말로 왕따를 당하고도 남을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그 학생은 수업 시간 내내 고개를 파묻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그 학생의 어머니와 전화 통화 할 일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그 이야기를 해드렸다.

“아이가 부모님께 공부 좀 하라는 잔소리를 듣고 싶다는데요? 어쩌죠?”
“어머, 그래요? 저는 제가 어렸을 때 하도 공부 좀 하라는 잔소리를 듣고 자라서 제 아이한테만은 그러고 싶지 않았던 건데.....”
“저도 00이한테는 부모님이 너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럴 거라고 말했더니 00이도 부모님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은 알겠는데 단지 부모님께서 지금까지 한번도 공부하라고 한 적이 없으니까 그게 좀 섭섭하다는 거랍니다.”
“제가 평소에 00이에게 공부하라고 하지 않는 것이 00이는 관심 없는 엄마로 보였나 보네요.”

어머니는 자신이 어렸을 때 하도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이한테는 스트레스를 주기가 싫었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아이가 공부를 아주 잘 하는 것도 아니지만, 아주 못 하는 것도 아니어서 굳이 공부하라고 잔소리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속으로 그런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놀랍다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자식 교육만큼 힘든 일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일화다. 공부하라고 해도 불만인 아이가 있고, 공부하라고 하지 않아도 불만인 아이가 있으니,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공부하라는 잔소리가 아니라 그 소리를 어느 아이한테 하느냐는 것일 것이다.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는 분명 나쁜 소리겠지만, 부모님한테 공부로 관심 좀 받고 싶은 아이에게는 그것만큼 좋은 소리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볼 때 아이의 교육은 결코 부모의 방식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생각이 든다. 어떤 부모는 아이를 위해 아이에게 공부로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그냥 놔두었더니 오히려 자식한테 관심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고, 어떤 부모는 아이를 위해 공부 좀 시키려고 관심을 가졌더니 오히려 자식한테 스트레스나 준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 아이가 부모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알아차려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부모의 노력을 지나친 관심이나 잔소리로 받아 들여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라면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고, 부모가 말없이 지켜보는 것을 지나친 무관심으로 받아 들여 애정결핍을 느낄 정도라면 그에 대한 대책 또한 세워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부모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무조건 아이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부모가 아이를 위해서 아무리 가장 좋은 것을 준다 하더라도 아이가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미 아이를 해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부모가 생각하는 것이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자식이 올바르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방법도 바꿔야 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아무리 몸에 좋은 약이라도 체질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 있듯이,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아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내 아이와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부모는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아이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데, 무조건 강요만 한다면 그것은 아이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부모의 희망을 아이를 통해 대리만족 하려는 독특한 취향은 아닐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부모의 취향이 자식의 취향과 맞는다면 아이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 때는 반드시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준다면 100원짜리로도 만족을 줄 수 있을 것이고, 자식도 부모가 원하는 것을 해드리며 올바르게 성장 할수 있지만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 하지 않고 그저 부모의 취향대로 해준다면, 그것이 아무리 비싸고 좋은 것이라도 아이는 만족 할 수 없기에 받은 것이 없는 것이고, 부모도 아이에게 만족 할 수 없는 관계가 되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번 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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