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추가 답변 중 타 일정으로 마무리

시의회가 시 집행부를 압박하며 시민의 대변자이자 견제의 의회상을 정립해가는 모습이다.

시정 질문 답변에서 만족하지 못한 시의원들이 열띤 보충질문을 펼치는 등 ‘시민의 대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오후 2시 20분경, 이천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장은 술렁였다. 보통 ‘시정 질문 답변’ 후 ‘보충질문’을 해도 오전에 끝났던 것이 오후까지 이어지는 등 이날은 사태가 심각했다.

12시가 다 될 무렵 시장의 일괄답변이 끝나고 시의원들은 보충질문을 위한 협의를 위해 정회를 하고 점심식사 후 회의를 속개키로 했다.

시의원들 간 협의에서 답변이 부족했다는 판단 아래 8명의 시의원들은 작심한 듯 각자가 보충질문을 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오후 1시 30분 회의가 속개됐고, 시의원들은 준비한 추가 질문을 하고 시장은 이를 답변하는 방식으로 회의는 이어졌다.

시의원과 시장은 질문에 답변을, 그리고 답변에 꼬리를 문 질문이 이어지면서 국회에서 국회의원과 국무총리 간의 설전이 펼쳐지는 모습과도 흡사했다.

1시간여가 지나는 동안 시의원들의 송곳 같은 질문은 이어졌고, 시장은 이를 설득시키느라 안간힘이었다.

이를 지켜보는 50여명의 실과소 국과장들, 그리고 팀장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마지막으로 한영순 의원이 남은 상황. 정종철 의원이 축제 예산과 시립화장장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마무리한 후 추가로 시설관리공단 질문을 전개하려 할 즈음 이광희 의장은 10분간 휴식을 위해 정회를 선포했다.

그러나 이날 조병돈 시장은 오후 2시부터 이윤복 세무과장 명예퇴임식, 5층 석탑환수위원회 콘텐츠공모전 시상식, 대교 배드민턴장 설계안 설명회 등으로 일정이 빡빡했다.

상황이 이렇자 2시 30분 회의가 속개되면서 조 시장의 일정으로 나머지 보충질문은 서면으로 대신키로 하고 정례회 4차 본회의는 산회됐다.

1년간 시민을 상대로 보고 듣고 고민한 질문이 임시회도 아닌 정례회 회기인데도, 시장의 일정 관계로 보충질문은 끝까지 마무리 되지 못했다.

서면으로 한 일괄 질문에 일괄 답변은 서로가 빠져나갈 부분이 있으나, 회의장에서 구두로 하는 질문과 답변은 서로 간 공방이 이어지면 내부의 속사정을 드러낼 수 있어 준비된 학습과 고도의 정치술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동안 시의회는 그러질 못했다. 시 집행부에 끌려가는 모습이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날 시의회는 시장을 압박했고, 담당 국과장들은 이에 대한 사전에 시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한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를 증명이라도 한 듯 이날 보충 질문과 답변에서 조 시장의 입장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상황들이 펼쳐졌다.

중리택지개발과 관련해 개발행위제한과 지방채 발행이 지적되자 조 시장은 “계획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개발행위제한은 필요하고 이를 통해 사업성을 높여 성공적인 분양이 돼야 지방채를 갚을 수 있다”는 답변이다.

또 4대 축제 예산과 관련해서 정종철 의원은 “정부와 경기도가 축제관련 예산을 줄이는 반면 이천시는 못 받는 국도비를 자체 부담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평가보고의 문제점도 잇따랐다.

그리고 시립화장장 책임 공방에 조 시장은 “시장과 추진위, 그리고 마을주민 책임을 묻는다면 해당 마을 주민들에게 강제로 했어야 했다. 그보다 순리에 맞게 다른 곳을 찾는 것이 맞다”며 “추진위가 민관협력 토대 위에 민주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잘못을 빠져나가려는 모습이었다.

이번 시정 질문과 답변에서 시 집행부와 시의회는 분명히 느끼는 바가 컸다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상대를 문제 삼기보다는 앞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의회상을 정립해나가길 시민들은 학수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