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송이 기자

최근 이 말이 제대로 들어맞은 일이 있다. 이천시의 각종 조례안 심의가 있던 제149회 이천시의회 제2차 정례회 자치행정위원회에서 ‘이천시 시설관리공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에 대한 시의회와 집행부 간의 팽팽한 기싸움 현장에서다. 그곳에서 집행부가 완벽하게 승전고를 울렸다.

이날 정종철 의원을 비롯해 김문자, 임영길 의원은 조례안에 대해 두 시간여의 언쟁을 벌이는 등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런데 그 반면 집행부는 그리 조급해 보이지 않았다. 분명 의원들이 질타를 하고 있지만 진땀을 빼고 있었고, 집행부가 그에 대한 해명을 하고 있지만 느긋했다.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질의 내용을 들은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비난의 여론은 높았다. “이미 안 된다고 했던 것을 몇 번을 말하게 하는 것이냐”, “공부 안 한 티가 팍팍 난다”, “모르면 말을 하지 말던가”라는 등 ‘벼락치기’ 공부가 공무원들한테는 그대로 탄로났던 모양이다.

이러한 아이러니가 발생한 까닭은 무엇일까. 조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 연구했을 집행부와 이번 조례안을 보고 허겁지겁 준비했을 의원들. 벼락치기로 공부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다. 그러니 당연히 결과는 불 보듯 뻔한 일.

결국 시의원들의 벼락치기는 ‘시민의 대변인’으로서의 자존심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상황이 비단 이번 한 번만 있었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매년 정례회가 있을 때마다, 혹은 임시회가 있을 때마다 마치 연례행사처럼 ‘요란한 질의응답 뒤 원안가결’의 형태를 띠었다.
이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문제다. 민선5기가 출범한 이후 수차례 질의응답이 있었지만 그 때마다 그들의 의견이 투영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주장과 설득은 엄연히 다르다. 자신의 뜻을 들어달라고 무조건적으로 외치기만 하는 주장은 집행부의 귀에 먹힐 리 없다.

정말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싶었다면 집행부보다 더 많은 자료를 수집·조사해 근거를 마련하고 집행부를 설득해야 한다. 하다못해 직접 현장으로 찾아가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불만이 터져 나온다면 그것을 증거로 제시해야 한다. 시민을 위해 시·의정을 펼치는 이들인 만큼 시민의 불만처럼 확실한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단, 그 불만을 타당하게 뒷받침해줄 근거자료를 제시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천시민은 자신의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 주는 시의원을 원한다. 언제까지고 집행부에 의해 유야무야 이끌려 다닌다면 시민이 원하는 의정상이 나올 수 있겠는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시민들에게 ‘멋진 활약상을 펼쳤던 민선5기 이천시의회’로 기억되고 싶다면 가만히 앉아있을 시간이 없다. 시민들의 억울함과 불만을 들어주고 그를 해소하고자 타 시군의 사례도 가능한 많이 수집해야 하며 집행부와의 언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근거자료를 만드는 것에 혈안이 돼야 한다.

이제 막 시작한 제2차 정례회를 비롯해 앞으로도 수차례 있을 임시회와 정례회 등에서 이천시의회가 바른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 알아야 시의원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