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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집은 엄마 아빠 거예요!

이천저널l승인201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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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기흡 이천시민장학회 사무국장
나는 과연 나의 부모님께 어떻게 하고 있는가?

중학교 1학년짜리 학생이 쉬는 시간에 공책에 예쁜 집을 그리고 있었다. 궁금해서 이렇게 물어보았다.

“앞으로 네가 살고 싶은 집이야?”
“어, 어떻게 알았어요?”
“집이 너무 멋진데 나도 그런 집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은데” 했더니 이 학생 왈
“그렇죠? 너무 멋지죠? 그런데 선생님 이건 뭔지 아세요?”

학생은 근사한 별장과 같은 집 앞에 있는 개집 같은 볼 품 없는 모양을 가리켰다. 그래서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너는 그렇게 멋진 집을 그려놓고 그 앞에 보기도 좋지 않게 그런 개집을 그려 놓았냐?”

그러자 그 학생이 멍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어, 이거 개집 아닌데?”
“그럼, 그게 뭔데?”
“이건 우리 엄마 아빠 집이에요. 이 다음에 엄마 아빠 늙으면 이 집에서 살게 할 거예요.”

나는 순간적으로 어이가 없어서 학생의 얼굴을 빤히 쳐다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랬더니 그 학생은 나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어쩔 수 없잖아요. 제가 나이 먹어서도 엄마 아빠랑 한 집에서 산다는 것은 비극이에요.”
“왜?”
“엄마 아빠는 항상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요. 할머니 할아버지도 무서워하지 않아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나이가 들어서도 그 꼴을 봐요.”
“그래도 네가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니니? 내가 네 부모님이라면 가슴 아프겠다.”
“그러니까 선생님도 선생님 애들한테 잘해 주세요. 괜히 후회하지 마시고….”
“.....?”

요즘 아이들이 당돌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순간적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런 경우에 더 이상 뭐라고 말해봤자 아이한테는 잔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 같아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좀 더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했는데 아이의 부모님이 성적이 나쁘다며 개인과외를 시키겠다고 학원을 그만두게 하는 바람에 더 이상 이 아이를 볼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그 아이의 말과 행동은 지금도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아이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나 할까?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이 시대에 부모로서 올바르게 사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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