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송이 기자

청소년들의 순수한 마음이 우리지역 큰 어른들의 ‘예의 없는 행동’에 의해 짓밟혔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 효양산 전설문화축제에서의 일이다. 개회식이 끝나고 식후공연이 펼쳐지고 있던 순간, 무대 앞을 검은 장막이 가로막았다. 그것은 바로 우리지역을 대표하는 이천의 어른들, 즉 선출직 공무원들이었다. 아직 공연은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 몇 분이 지루했던 것인지 죄다 일어나 나가는 것이 아닌가. 예의 없는 행동이었다.

맨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그리 우루루 일어나 버리니 개회식장이 아수라장이 돼 버리는 것은 당연지사. 너무나도 당당하게 무대 앞을 가로질러 일렬로 나가버리니 뒤에 앉은 사람들의 시야를 가려버릴 뿐만 아니라 예의를 갖춘답시고 일일이 인사까지 하면서 나가니, 공연을 즐길래야 즐길 수가 없었는 건 분명하다.

정말 좋게 생각해서 피치 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에 나갔다면 어느 정도 이해라도 간다. 그런데 이날 축제장에서 공연을 보다가 급히 나가서 그들이 한 일은 부스에서 차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는 일이었다. 축제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은 나 몰라라 한 채 나눌 정도로 정말 중요한 대화를 나눈 모양이다.

이는 몇 날 몇 일을 고민하고 연습해서 올린 청소년들의 공연을 일순간에 망쳐버린 작태다. 뼈 빠지게 잠도 못 자가며 연습해왔던 공연인데 봐주는 사람 하나 없으니 흥이 날 리가 만무한 일이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버리니, 앉아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도 흥이 떨어지긴 마찬가지. 이를 반증하기라도 하듯 그날 축제장에 있었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청소년들 공연하라고 축제 만들어놓고선 막상 공연할 때는 공연이 시답지 않은 듯 자리를 뜨니 보기가 엄청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슬슬 나오고 있다.

옛말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했다. 공연하는 사람은 생각도 않고 그렇게 나가버리는 매너 없는 행동을 보면서 이천시의 자라나는 꿈나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 지 걱정이다. 꿈나무들에게 탁월한 능력이 있기를, 그래서 알아서 걸러내기를 바랄 뿐이다.

특히 이와 같은 이야기는 종전에도 지적한 바가 있어 실망감이 더욱 크다.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너무나도 태연하게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아예 연극이나 뮤지컬, 클래식 등의 공연처럼 모든 문을 걸어 잠그고 공연이 끝날 때까지 어느 누구도 나갈 수 없도록 장치라도 해놓아야 하나 보다.

선출직 공무원들이 지금부터라도 깨닫기를 바란다. 행사장에 얼굴을 비추고 축하해주는 것은 물론 감사한 일이지만, 공연이 끝날 때까지 진심어린 마음으로 관람해주는 것이 시민들을 향한 진정한 예의라는 것을.

‘행사장? 얼굴만 비추면 되지, 뭐’라는 안일한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되도록 공연 도중 나가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굳이 공연 중에 나가야 한다면 양해를 구하고 공연에 방해되지 않게끔 최대한 조용히 나가는 것이 옳다. 예의를 지킨답시고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는 행동은 삼가길 바란다. 반대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바라건대 앞으로는 어느 행사장에서든 ‘예의 있는’ 선출직 공무원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한송이 기자  uh07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