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송이 기자

‘평생학습의 도시’ 이천시에 이렇다 할 교육자가 없나 보다. 참 교육자상이 없는 것인가, 참 교육자를 발굴하지 못하는 것인가.

각계각층에서 이천시의 문화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이천시 문화상’을 올해는 어쩐지 단 세 명만이 수상했다. 의아한 일이다. 평소 5개 부문으로 나누어 분야별로 공적을 세운 다섯 인물에게 상을 수여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어서다.

본래 ‘이천시 문화상’의 대상자는 학술, 예술, 지역개발, 체육, 교육으로 5개 부문으로 나뉘어 선정된다.

그런데 이 5개의 부문 중에서 올해는 학술, 예술, 지역개발 부문에서 공적을 쌓은 자들만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체육 부문과 교육 부문에서는 문화상을 배출하지 못한 것이다.

덕분에 이천시 문화상의 시상식이 있었던 지난 8일 ‘제17회 이천시민의 날 기념 체육대회’ 개회식에서는 세 명의 수상자만이 쓸쓸하게 서 있었을 뿐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한 편으로는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체육 분야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평생학습의 도시’라며 명품교육도시로서 발돋움을 하고 있는 이천시에서 교육 부문 문화상 수상자의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둔 것이 아이러니하다. 이천시 전역을 통틀어 58개의 학교가 있으며, 퇴임한 교육자나 학교소사, 일반직 공무원, 평생학습 교육자 등 교육에 기여하고 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텐데 말이다.

하물며 평생학습을 시작한 도시라며 명성이 자자하고 전국평생학습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던 도시에서 이는 여간 창피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이래서야 감히 명품교육도시 이천이라는 슬로건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겠는가.

이천시가 이천시 문화상에 대해 공모를 올린 것은 지난 8월. 향토문화 창달 및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한 인사를 발굴 시상함으로써 문화예술도시로의 이미지 제고와 지역사회 발전을 도모하고자 후보자에 대한 추천을 받았다. 그 결과 교육 부문에서 한 명의 교육자가 후보자에 올랐지만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이쯤에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명품교육의 도시’, ‘평생교육의 도시’ 이천시에 그만한 인재상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인재상을 발굴하지 못하는 것인가.

어느 쪽이든 문제는 크다. 명품교육도시로서 학생들의 교육은 물론이고 평생학습에도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 이천시에서 교육자 한 명을 발굴해내지 못했다는 것은 예산이 올바르게 쓰이고 있는 것인지를 다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재상이 없는 경우에도 맥락은 같다. 여태 투자한 게 얼마인데 그에 합당한 교육자가 아직까지도 없다는 것인가.

“교육예산은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 나름의 이유는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은 학생만 하는 게 아니다. 함께 교육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교사도 어느 정도의 책임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이를 간과하고 진행해왔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 아닐까.

혹자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허구한 날 왕따, 학교폭력, 학생이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조차 모른 채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들, 교육계 인사들의 비리 등 곳곳에서 말썽을 빚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인품 좋은 교육자들은 많다. 다만 보이지 않게 음지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많아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사기진작이 되고 나아가서는 교육의 발전을 도모할 수도 있다.

‘명품교육’은 고3 학생들이 SKY대학에 많이 진출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요, 타 지역에서 양질의 교육을 많이 끌어온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지역 내에서 묵묵히 교육에 힘쓰는 분들을 찾아내어 그들의 역량을 끌어올려야 자연스레 이천의 교육이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이천시 문화상에서 교육 부문이 비어버린 이번 일은 교육계에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이천 교육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것과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교사들의 사기 저하로 인해 교육계 침체까지 가져올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아직도 이천이 명품교육의 도시로 나아가려면 한참 멀었다. 급하게 길을 나서려하지 말고 천천히 걸으면서 앞과 뒤, 위와 아래, 그리고 양 옆을 두루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만 길 양 옆으로 펼쳐져 있는 야생화나 길 한 구석을 열심히 뛰고 있는 달팽이를 볼 수 있고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다.

‘명품교육도시’로 힘찬 발걸음을 해나가고, ‘평생학습의 도시’로서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사소한 일이라며 웃어넘길 일도 아니다. 무심코 던진 돌이 개구리를 죽일 수도 있듯이 이천시문화상 교육부문의 부재가 이천교육의 자존심을 허물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한송이 기자  uh07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