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송이 기자

빈자리가 씁쓸하다 못해 흉하게 느껴진다. 내빈들이 먼저 빠져나간 탓이다. 아무렴 어떠랴 애써 신경 쓰지 않고 공연을 이어나간다 해도 허전함은 어쩔 수 없다.

얼마 전 모 행사장에서 내빈들이 찬물을 끼얹었다. 맨 앞좌석에 앉아있던 내빈들이 개회식을 마치고는 약속이라도 한 듯 일어나 자리를 비운 것이다. 주민들은 빈 좌석을 보면서 공연할 수밖에 없었다.

개회식이 시작하고 이들이 자리에 앉아있던 시간은 단 24분. 그마저도 국민의례 등 절차를 제외하고는 내빈소개와 축사 시간으로 내빈들을 위한 시간이었다.

그 뿐이랴. 개회식에 이어 어린이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내빈들은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과 한 명 한 명 악수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덕분에 무대 밑은 어수선하기 그지없었다. 그 무대를 위해 몇 날 몇 일을 연습했을 텐데 말짱 헛수고가 됐다. 도대체 어린이들은 누구를 위해 공연했던 것인가.

그들을 소개하는 것도, 그들이 인사하는 것도 다 들어줬건만 정작 그들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지역행사에서의 행태는 비단 이 행사장에서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지역행사에서 당연하게 선출직 공무원이 초청되고, 그들 역시 너무나도 당연하게 이와 같이 행동해왔다. 이는 우리 모두가 만든 폐단이다.

선출직 공무원들은 얼굴만 비춘다고 능사가 아니다. 초청을 받았으면 주민들과 최소한의 소통이라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함께 축제에 녹아들어 화합하고 소통할 시간이 없다면 차라리 참석하지 않는 것이 맞다.

주민들이 지역행사장에 초청하는 것은 단순히 “얼굴만 비추고 가셔도 됩니다. 자리만 빛내주십시오”라는 게 아니다. “우리와 함께 행사를 즐겨달라”는 요청이다. 자신들이 지역행사장에 초청받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주민들 역시 지역축제는 지역에서 끝내도록 하자. 읍면동 지역축제인 만큼 주체는 시가 아닌 읍면동이 돼야 한다. 각 지역 읍면동장이, 주민자치위원장이, 발전협의회장이 주도하여 주민들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진정한 지역축제다.

선출직 공무원 초청한다고 해서 축제의 질이 더 올라가지 않는다. 이천시 살림에 바쁜 사람들 초청해서 그들에게 신경쓰느니 차라리 우리끼리 재미있게 즐기고 노는 것이 더 알차지 않은가.

이제 우리지역 행사장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하여 ‘뽑아줬더니 나 몰라라 한다’, ‘초심을 잃었다’ 등 비난의 화살을 날리지 않았으면 한다. 선출직 공무원들의 ‘초심’은 지역행사장을 쫓아다니며 주민들에게 인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그것이 주 업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천시 발전을 위해 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각 지역별로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그때마다 모든 지역에서 선출직 공무원 초청한다면 시정을 돌볼 시간이 별로 없을 것이다. 시의 살림을 돌볼 사람은 시에서, 읍면동 살림을 돌볼 사람은 읍면동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면 된다.
이제 그들을 자유롭게 놓아줄 때다.

한송이 기자  uh07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