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백상 이천저널 부사장

유치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앞선다.
지난 7일 있었던 이천시의원들의 임시회 보이콧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집행부 측에서 회의가 길어지는 바람에 임시회장에 약 8분 정도 지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의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곧바로 회의장을 빠져나가 보이콧을 결정했다.

이참에 ‘본때를 보여주자’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일부 의원들이 집행부로부터 나름 무시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대한 보복조치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전에도 이런 보이콧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민선 5기 들어 처음 있는 의원들의 파격적인 행동임에는 틀림없었다.

결국 민생현안을 다룰 그날 임시회는 파행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그래서 두 기관 간의 사소한 불협화음이 치유하기 힘든 ‘관계경색’의 길로 접어드는 건 아닌지 우려됐다.

보이콧은 이틀이 넘어가지 않았다. 집행부의 8분 지각에 대한 사과와 더불어 끈질긴 설득 끝에 휴일을 반납하고 임시회를 열어 이번 사태는 진정됐다.

만약 주말 임시회가 열리지 않았다면 산업건설 관련 조례안 3건과 도시관리계획 의견청취 등 민생현안은 다음회기로 넘겨야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주말 임시회 강행은 천만다행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두 기관의 소꿉장난 같은 처신에 우리지역 지도자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원인을 제공한 집행부 측도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그동안 민의의 대변기관인 시의회를 경시하지 않았는지 되새겨 볼 필요성이 있다.

혼쭐 난 건 사실 아닌가. 더욱이 대한민국 어디에도 임시회에 8분씩이나 지각해 의원들을 기다리게 하는 집행부는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원들은 집행부로부터 은근 무시당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항변하는 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의원들의 돌발 행동에 황급히 놀란 나머지 수습을 위해 사정사정하며 이리저리 뛰고 난리법석을 떨 것을 왜 지각을 했느냐 말이다.

시의회 역시 마음이 넓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회기 중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늦을 수밖에 없는 집행부의 입장을 한번쯤은 고려할 수도 있는 일이다. 매번 그런 것도 아닌데 자신들보다 먼저와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생현안 처리를 앞두고 보이콧까지 단행한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것도 하루 지나 이틀 있다 처리해줄 것을 굳이 ‘보이콧 승부수’를 띄워가면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한 것은 썩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이번 일에 대해서도 의원들 간의 일치 되지 않은 소통은 여과 없이 드러났다.

7일 오전 집행부 지각에 발끈해 ‘보이콧’을 단행키로 의기투합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후에는 같은 사안을 놓고 ‘속개냐 보이콧이냐’를 놓고 서로 옥신각신 한 것이 그것이다.

동료와 뜻을 같이하기로 해놓고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 공무원의 설득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민생현안 처리를 위한 것이었는지 묻고 싶다.

왜냐하면 누구는 좋은 소리를, 누구는 나쁜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활한 소통, 그리고 조직의 화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집행부 역시 시의회와의 불협화음은 지역발전의 저하를 불러온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앞으로는 절대 지각하지 않고 주민의 대변자로 깍듯하게 예우하면 관계는 금방 개선될 수 있다.

그래서 시의회와 단체장을 비롯한 집행부의 대승적 국면의 ‘원활한 관계’를 제의한다. 대립각을 세울 땐 세우더라도 지역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마인드만큼은 상식이어야 한다.

좌우지간 8분이 만들어준 교훈이 오래토록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천저널  icjn@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