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서남북

비싼 수업료 지불이냐
아니면 법대로 밀어붙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 이백상 이천저널 부사장

스스로 유치를 희망하던 단월 1통이 주변마을의 반발에 못 이겨 화장장 건립 신청을 철회해서다. 최종 확정된 지 30일 만이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몇 년의 행정을 허비한 결정이라 하겠다. 단월1통은 수수백년 정겹게 지내던 이웃들과 등을 돌리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십분 이해된다. 단월동은 말이 동단위지 예나 지금이나 유동인구 없는 시골 마을이나 다름없다. 어쩌면 바로 이점 때문에 남들이 꺼려하는 화장장을 유치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이 또한 공감한다. 반대를 하던 주변 마을은 1일 현재까지도 시청 앞 집회를 멈추지 않고 있다. 화장장건립추진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남겨둬서다.

그러나 아직 이에 대한 결정을 논할 건립추진위 회의 날짜는 잡혀 있지 않다. 일단 여기서 구상권 청구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내용이 다뤄질 예정이다.

무엇보다 난감해진 건 이천시다. 최대한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진행돼온 화장장 건립 추진이 다된 마당에 ‘신청철회’라는 복병을 만난 탓이다.

주민들이 신청을 철회했다 해서 시로서는 섣부른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결과에 따라 시 행정에 크나큰 신뢰를 잃을 수 있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렸다.

더 나아가 자칫 화장장 건립이 완전 백지화 쪽으로 흘러 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단월동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이번 일로 인해 이천시와 시민들에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내용을 담아 성명서를 발표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에 대해 아주 적절한 처신이란 여론이 일고 있다.

비록 누구나 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으나 성명서 발표는 환영하는 바다. 유치를 희망했고, 최종 결정이 된 상황에서 번복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대한 표현이다.

이는 그간 과정에서 있었던 각종 문제를 떠나 이천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하튼 이천시나 주민들이 화장장 문제로 더 이상 상처받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크게 보면 같은 하늘 아래 사는 한 가족이다.

따라서 건립추진위의 역할이 자못 크다. 지금으로선 어떤 결정이 나올지 아무도 모르나 원만한 선에서 조정이 이뤄지지 않겠나 생각된다.

추진위는 가급적 회의를 서둘러 열어주기 바란다. 그것이 현명한 처사다. 아무리 중대한 결정이라도 뜸을 너무 들이면 또 다른 문제가 터질 수 있는 법이다.

아울러 주민들도 무더위 속 집회는 이제 그만했으면 하는 게 어떨까 싶다. 그동안 생업을 마다하고 무더위 속 집회를 강행하느라 얼마나 고생 많았던가.

씁쓸하지만 이를 통해 ‘신청철회’라는 결과를 이끌어내지 않았던가. 집회를 계속한다면 주민들의 고생만 있을 뿐 추진위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으로 판단돼서다.

이것은 만약의 경우다. 화장장 건립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갈 경우 추진위는 단월동 사례를 반드시 교훈삼아야 한다.

그간 추진위원들의 노고를 모르는바 아니다. 하지만 주변 여론을 별로 의식하지 않은 결정은 오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천사회의 모든 시선은 건립추진위의 결정에 쏠려 있다. 어떤 결정이든 출혈이 따르기 마련이다.
화장장 건립은 지난날 우리가 봐왔던 광역소각장 문제보다 훨씬 더 큰 민원이 뒤따르는 일이다. 그런 만큼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꼭 필요한 시설이란 걸 누구나 다 공감하면서도 ‘우리 마을은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논리가 팽배하다.

비싼 수업료 냈다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느냐, 아니면 법대로 밀어붙이냐, 이천은 지금 이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