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배섭 문학박사, 미래문화연구회 감사

지금 세계사의 흐름은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지식기반사회의 토양이 된 정보통신혁명이 인류의 문명 전체를 바꿔놓고 있다. 이러한 지식기반사회의 변화는 새로운 지식의 폭발적인 증가와 기술의 변화를 빠르게 추동(推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0년이 되면 73일을 주기로 지식은 2배씩 증가한다고 OECD 보고서는 밝히고 있으며, 2050년경이 되면 지금의 지식은 1% 밖에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미래학자도 있다. 미국의 수능시험에서는 수년 전부터 계산기가 허용되고 있다. 이는 암기 교육의 종말을 고하는 반증이다. 그렇게 되면 교사는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가려 받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하며, 더 이상 정보나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조력자(assistant)의 역할을 하면 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미래 사회는 지금처럼 정형의 틀에 박힌 학생들, 판에 박은 사고를 하는 학생들은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미래 사회에서는 사물에 감성적인 접근을 통해 미래사회의 변화를 알고 이해할 수 있는 학생들이 리더가 될 것이다. 따라서 비정형적인 아이들이 자신의 변화를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들의 재능과 비범(非凡)을 끌어내어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교육이다.

2007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우리 교육 현실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현재 교육은 구시대적인 행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기계처럼 일하던 시대에는 이런 교육이 합당했다. 그러나 이런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빌 게이츠(William H. Gates)도 말하지 않았는가. ‘리폼(Reform)’을 못하면 ‘리플레이스(Replace)’라도 해야 한다. 제3의 물결 시대, 혁명적 부의 시대에서는 예전과 같은 직업, 예전과 같은 기술이 아니라 이런 것을 뛰어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미래 교육’이라는 화두(話頭)는 이상향이라기보다는 피하기 어려운 냉엄한 현실이 됐다. 마치 인류 사회가 진화해가면서 한번쯤은 거쳐야 하는 발달 단계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출산율의 저하로 생산인구는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노령자에 대한 부양 부담은 날로 급증하고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아마도 교육이 아닐까 한다. 가정이 살아나면 교육이 살아나고, 교육이 살아나면 산업이 융성하게 되고, 나아가 국가도 풍성한 열매를 얻을 수 있다. 교육이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말은 결코 헛된 말이 아니다.

OECD는 지식기반경제의 심화와 정보통신기술 발달, 인구변동 및 가족관계, 노동시장 변화 등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미래 사회의 교육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관료주의가 앞으로도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급진적 변화를 거부함으로써 획일적인 사회 체제는 별로 바뀌지 않으리라 보고 있다. 이는 효율성만을 앞세운 행정만능주의로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한 결과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교사들의 고령화, 사기저하, 새로운 직업의 유혹에 따른 이직 등으로 교사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학교를 경영할 수 없게 된다. 지금도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실업난 속에서도 교사가 인기 직종으로 떠올라 오히려 공급 과잉의 우려마저 있다.

셋째,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학교가 다양하게 바뀌어 간다. 학생과 학부모는 자유롭게 자신의 취향과 능력에 맞는 교육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교육에도 기업가 정신이 들어와 새로운 교육산업을 이끌어 많은 혁신을 이루지만 빈부에 따른 교육적 불평등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넷째,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확산으로 학교가 다층 학습 네트워크로 흡수된다. 학습이 가정에서 이뤄지는 이른바 ‘홈스쿨링(home schooling)’이 일반화되고 교육은 학교를 떠나 ‘개인화’가 된다. 그러나 학교는 다른 기관과 큰 차이를 갖지 않게 되며 교사와 제자의 구분도 불분명해진다.

다섯째, 학교는 지식전수기관보다는 지역공동체의 가치와 규범을 지키는 사회센터로 변화된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느냐 보다는 지역주민들에게 시민의식을 키우고 서로를 돕도록 사회통합의 중심역할을 하게 된다.

여섯째, 실험과 다양성 그리고 혁신의 문화 속에서 학교가 강력한 학습조직으로 재창조된다. 정보통신기술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지식경영이 전면에 대두되면서 학교 교육이 쌍방향으로 이뤄지는 평생학습으로 확대된다.

지금 우리가 어떤 시나리오로 이행(移行)하고 있는가 여부에 따라 교육이 무너질 수도 바로 설 수도 있다. 교육은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미래 사회를 내다보는 교육의 핵심은 다음 세대들이 변화의 주변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스스로 미래 사회를 설계하고 창조해 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이제는 교육이 미래’인 것이다.

지난 5월 경주에서 열린 제5차 APEC 교육장관회의에 참석한 안토니 밀러(Anthony Miller) 미국 연방 교육부 차관은 “정보를 얻는 것보다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정보에 어떻게 접근하고 이를 재구조화, 응용할 것인가 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으며, 그에 따른 배움과 가르침의 의미도 달라져야 하고, 학생이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 학습에 참여하는 능력이 한층 중요해졌다”고 말한 점은 미래 교육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이천저널  icjn@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