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백상 칼럼 
 

▲ 이백상 이천저널

“요즘 A시의원은 어께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 거 같아.” “아니 우리지역 시의원은 뭐가 그렇게 바쁘길래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거야.” “내가 시의원을 만들어 준 일등공신인데, 그걸 잊어서는 안 되지.”
시의원 2년 차쯤 접어들면 주민들 입에서 어김없이 터져 나오는 말이다. 그것이 어쩌면 민주시민의 인지상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마트 시대’를 사는 요즘 그런 식의 여론 조성은 썩 바람직하지 않다. 그저 자신에게 약간 소홀했다 하여 민의의 대변인을 함부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쉽게 말해 그런 부류의 사람은 대의보다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 대리 만족하려는 지역사회의 이단아와 다를 바 아니다.

또한 시의원이 일을 ‘잘 하느냐 못 하느냐’에 대한 평가 잣대가 얼굴을 자주 내미느냐 안 내미느냐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것은 잘못된 풍토다.

행사장 참석 여부가 뭐 그리 대단한가. 그것은 자유당 시절에나 통하는 낡은 정치의 표본이다.

시의원은 무려 수천억원에 달하는 이천시 살림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시 정책이 올바로 돌아가고 있는 지 견제·감시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

아울러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집단민원이 발생했을 때도 시의원들이 최우선적으로 나서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줘야 함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그러니 일단은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주고 향후 시의원 본연의 역할에 소홀함이 있을 경우 제대로 심판함이 옳을 것으로 사료된다.

바로 이런 경우에 말이다.

얼마 전 소상공인단체와 농민단체 등에서 시의원들에게 옐로우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것도 농도 짙은 옐로우 카드였다.

이천시 진리동에 추진 중인 대형마트가 지역의 핫 이슈로 떠오른 지 한참 됐고, 이천경제 파탄을 우려한 소상공인과 전통상인, 농민단체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곳곳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형마트 건립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도 민의의 대변기관인 시의회는 관심 밖 먼 나라의 이야기인양 꼼짝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 중징계에 해당하는 직무감이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아마 서민상인들과 농민들이 들고 일어난 집단민원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지방의회는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을 법한 일로 여겨진다.

이들의 우려와 걱정을 덜어줘야 하는 책무가 있다는 걸 잠시 잊고 사는 건 아닌지 시의회에 묻고 싶다. 꼭 시의회 청사를 찾아가 엎드려 울부짖어야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것인가.

시의회는 일찍부터 만약 대형마트가 입점되면 기존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이해관계가 없는 시민들의 입장에선 대형마트 입점을 반대하는지 혹은 찬성하는지 정도의 여론은 살폈어야 옳았다.

시의회는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서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줄 아는 발 빠르고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호언장담하건데 이런 현안 문제를 해결하느라 바쁜 시의원에게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할 주민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어느 시의원이 가장 먼저 나서는지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또 한 번의 옐로우 카드는 두 번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없는 퇴장감이라는 것을 명심하면서 시의회 후반기를 맞이했으면 한다.

이천저널  icjn@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