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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사의 첫걸음

이천저널l승인201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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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곤 이천고등학교 교사
요즘 들어 학교를 둘러싼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방송에 자주 언급된다. 학교를 중심으로 한 각종 사건 사고, 왕따를 포함한 학교 폭력 문제, 청소년 자살 문제, 교사와 학생 사이의 갈등 등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다른 분야보다 특히나 학교 문제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문제 발생 시점뿐 아니라 우리의 미래에 지속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노후에 미래 세대에 아무런 신세도 지지 않고 오직 자신이 축적한 부로만 일생을 마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지금 자라는 학생들이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각한 점은 이러한 문제가 학교 내부보다 우리 사회 전반에 기인한 것이기에 그 해결이 학교 내부의 노력으로는 결코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학교 폭력의 경우만 봐도 폭력을 행하는 학생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거나 교사들의 학생생활지도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70-80년대에는 학생 상호간의 폭력이 없었는가? 아니다. 오히려 현재보다 좀 더 공공연하고 제도화된 형태였다. 교사의 체벌은 이유를 불문하고 거의 불가침의 영역이었으며 교사가 보는 앞에서 상급 학년 심지어 같은 학년의 선도부원에게 벌을 받거나 맞기까지 했다. 그 시대가 공공연한 폭압의 시대였기에 학교 폭력이 특별히 도드라지지 않았을 뿐이다.

현재의 학교 폭력은 서열화된 한국사회의 또 다른 모습이다. 학교에서 공식적인 서열은 물론 학업성적이다.

하지만 공인된 서열화인 학업경쟁에서 뒤처진 학생들은 비공식적이고 은밀한 서열을 형성한다. 운동이나 유머 감각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지만 학생들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폭력의 서열이다.

학교를 포함한 사회적 영향 속에서 형성되는 부정적인 잠재적 교육과정의 단적인 예이다.

OECD 가입 국가들 중 가장 낮다고 하는 청소년 행복지수, 청소년 사망원인 1위인 자살 등은 결코 그들 문화 속에서 자생한 것이 아니다. 어른들이 끊임없이 가르치는 경쟁 이념과 양극화된 사회문화적 토양 속에서 싹튼 것이다. 현재 서열화가 만연한 한국 사회의 학교에 대한 가장 강력한 현실적 요구가 입시 위주의 교육이다. 서열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강력한 근거가 바로 학벌이기 때문이다. 서열의 앞을 차지하기 위한 우리사회의 암묵적 강압인 입시교육에 학교교육 문제의 대부분의 근원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은 가르침과 배움이라는 교육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한다. 각급 학교는 시대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인간상을 반영한 교육과정 대신 모든 수업 행위의 초점을 대학 진학으로 맞추기에 본질적 교육목표는 실종되어 버린다. 그 과정에서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타락이 일어나기 쉽다.

교사는 자신이 맡은 교과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보다 대입을 위한 문제풀이에 열중하게 되고 더 나아가 학생들을 두 부류, 즉 입시에 관심이 많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으로 양분하여 각기 다른 태도로 교육에 임한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교사의 수업이 입시에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닌가를 판단하여 전혀 다른 자세로 수업에 임하며 학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다른 학생들보다 입시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사교육에 매달리게 되고 학교는 그저 자기 자식이 사교육에서 익힌 성과를 확인하고 심화시키는 곳이 되기를 바라게 된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우리 사회는 입시를 모순된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타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와 자식이 학교-특히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입장이 된다. 조금 과장하면 아마도 학교의 모든 교육 체계가 자기 자식 위주로 돌아가고 교육 역량이 자기 자식에게 투입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학교 교육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교사 또한 예외가 아니다. 다른 학생들에게는 교육의 공공성을 이야기하지만 그들 역시 자식의 문제에 대해서는 여타의 부모들과 다르지 않아 자식들이 중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면 더 좋은, 정확하게 말하면 입시에 유리한 사교육 시장이 폭넓게 형성되어 있는 지역을 찾게 된다. 입시성적으로 평생의 사회적 서열이 정해진다는 두려움에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새학교 운동, 본질적으로 새교육 운동은 이러한 두려움부터 떨치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가 왜 재미없는 곳인가? 핵심은 배움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학교생활의 대부분은 수업이다. 수업을 통해 학생과 교사가 함께 배워 나간다. 배움 자체는 즐거운 것이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알게 되고 미지의 영역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그러나 나의 앎과 깨달음에 대한 서열이 매겨지고 친구들과 비교당하는 것이 일상이 되는 순간, 현재의 서열 척도로 인생의 모습이 달라진다고 생각되는 순간 배움은 힘겨운 노동이 되고 두려움이 된다.

교육 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은 우선 자기 자식이 겪을 힘겨움과 두려움에 대해 이해하고 자신부터 서열화 사회가 짓누르는 공포로부터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학교 교육이 추구하는 공동체적 가치를 무겁게 받아 안고 학교 안팎의 사적, 공적인 입시 위주 교육의 압력을 이겨낼 때 새로운 학교를 만들려는 교사들의 노력이 그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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