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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이해해요

환영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학급 운영 이천저널l승인201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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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학교 만들기 운동 
 

   
▲ 류재향 새로운학교만들기교사모임 증포중학교 교사
알람소리가 단잠을 방해하고, 알람소리보다 더 무서운 엄마의 호통소리가 아침의 평화를 깨뜨린다.

 

찌뿌드한 몸, 퉁퉁 부은 얼굴,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 아이들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된다. 엄마의 잔소리를 뒤통수로 받아내며 학교를 향하지만 교문 앞에서부터 머리모양이며, 교복이며, 혹시라도 뭔가 지적을 받지나 않을까 잔뜩 긴장. 교실엔 깐깐한 담임선생님, 수업 시간엔 왜 배우는지 알 수도 없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교과 수업……. 학교 수업이 끝난다고 해서 아이들의 고된 일과가 끝나는 건 아니다. 또 한 차례, 학교의 아류 아니 학교 보다 더한 통제와 학습에 대한 압박을 받는 곳 학원. 그곳이 하루의 끝이다.

아이들은 도대체 언제 행복을 느낄까? 우리는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오늘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이 내일 행복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말처럼 아이들의 오늘을 행복하게 하는 교육, 이런 교육이 지금 이 순간 절실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 중 단 한순간이라도 아이들이 환영 받을 수 있는 학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깐이라도 환한 얼굴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선생님이 있다면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이런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아침 인사’다. 조금 일찍 출근하고, 조금 일찍 교실에 들어가 나보다 먼저 학교에 온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등교하는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인사로 하루를 여는 것이다. “안녕~ ○○야!”, “○○야, 어서 와!” 한 달 넘게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아이들을 맞고 있지만 내 인사에 적극 답하는 아이들은 의외로 적다. 교사의 인사를 환영보다는 검열로 인식하는 태도가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환하게 웃으며 인사, 아이들에게서 행복한 미소를 보는 그날까지.

2012년을 ‘스쿨디자인 21’이라는 연수로 시작하면서 내 맘 속에 떠오른 화두는 ‘이해’였다. 지금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의 나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을 가르쳐왔지만, 누군가가 그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묻는다면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을 지도와 가르침의 대상으로만 생각했지, 이해하고 공감하는 대상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여러 혁신학교에서 실천 중인 ‘배려와 공감의 교육’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가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아이들을 이해하면, 아이들도 교사인 나를 이해할 것이고, 더불어 살아갈 반 친구들을 이해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올해 우리 반에서 강조할 가치로 ‘이해’를 선택했다.

생각해 보니,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살았는지. 나만 이해받기를 원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살피지 못했던 일들이 너무 많았다. 어른들도 실천하기 힘든 가치이지만, 아이들에게 어릴 적부터 ‘이해’의 가치를 심어주는 일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월, 우리 반 아이들을 만나 ‘이해’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 후 우리 반 급훈을 ‘우리는 서로 이해해요’로 정했다. 다른 때 같으면, 급훈 공모를 통해서 1년 동안 우리 반의 급훈을 무엇으로 하는 게 좋을지 정하는 일을 아이들에게 맡겼겠지만 이번에는 연초 내내 마음속을 떠나지 않았던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반 급훈을 정했던 것이다.

아이들이 이해하려고 맘만 먹으면 우리 반의 그 어떤 아이도 미워할 수 없을 것이며, 우리 반 수업에 들어오시는 모든 선생님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이해가 바탕이 되면 폭력 없는, 평화로운 학급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이들 각자가 ‘학교폭력서약서’를 작성하고 서명하면서 폭력에 예민해지는 시간을 가졌고, 일상생활에서 비폭력을 실천하기 위해 ‘멈춰’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 누군가 다투는 장면을 보거나 다투는 소리를 듣게 되면 제일 먼저 감지한 사람이 “멈춰!”하고 외쳐 싸움을 그치게 하는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처음에는 쑥스럽고 부끄러워 입 밖으로 “멈춰!”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지만, 두셋이 입을 모아 외치기 시작하면 폭력이 일어날 상황에 놓인 아이들의 폭력을 멈출 수 있다고 한다. 실제 우리 반에서 싸움이 일어나서 그걸 ‘멈춰’를 활용해 그치게 한 사례는 없다. 하지만 우리 반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이해와 비폭력이 우리 반에 평화와 사랑을 안겨다 줄 거라고 굳게 믿는다.

올해 처음 시작해 본 아침 인사가 ‘환영’을 실천하기 위한 방편이라면, 우리 반 급훈과 멈춰제도는 ‘이해’를 통한 평화로운 학급 만들기의 일환이었다. 아직은 시도하는 데서 만족하고 있는 미약한 수준이지만,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씩조금씩 서로를 향해 열릴 것이다. 그 열린 마음으로 너나없이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그날을, 오늘도 꿈꾼다.


이천저널  icjn@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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