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송이 기자

세 아이가 치킨을 먹기 위해 음식점을 찾았다. 그런데 그들 사이에 조그마한 갈등이 빚어졌다. 양념치킨을 먹을 것이냐, 후라이드치킨을 먹을 것이냐를 놓고 의견이 갈렸던 것이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거수투표를 통해 양념치킨을 맛있게 먹고 음식점을 나왔다.

이천시체육회 이사들이 상임부회장을 선출하기 위해 이사회에 참여했다. 그런데 그들 사이에도 역시 두 명의 후보를 놓고 갈등이 발생했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추대를 할 것이냐, 투표를 할 것이냐를 놓고 약 45분 동안 언성을 높이며 갈등을 보였다.

사건의 크기는 확연히 다르지만, 이 두 사건이 처음 놓였던 상황은 같다. 아이들은 양념치킨과 후라이드치킨을 놓고 고민하고 있었고, 체육회 이사들은 상임부회장 두 후보를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왜 이리 다른 것일까.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대표적 생활양식으로는 ‘다수결의 원리’가 있다. 현재 민주주의를 따르는 국가들에서는 ‘다수결의 원리’에 입각하여 두 가지 이상의 선택권이 주어질 때 자연스레 투표로 결정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17일 이천시체육회 이사회는 일부 이사들은 두 명의 후보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관행에 따라 추대로 하자’면서 그야말로 떼(?)를 쓰는 양상이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투표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설명을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후보가 투표를 통한 경선에서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얘기해도 적반하장이었다. 더 이상한 것은 그렇게 떼를 쓰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로 인해 1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회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추대방식으로 하자는 사람들도 자신들이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한 발 양보했다. 결국에는 비밀투표를 진행하게 됐다.

그때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두 명의 후보가 동표를 획득한 것이다.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재투표를 해야 한다.

모두들 난감해하고 있을 때 한 이사가 의견을 제시했다. “타 단체들도 연장자순으로 회장을 추대하니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체육회장인 조병돈 시장이 이를 받아들였다. 조 시장은 “재투표를 해도 어차피 동표가 나올 것 같으니 연장자순으로 이번 임기는 심덕구 이사가 상임부회장을 맡고 다음 임기에는 임진식 회장을 추대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임 회장이 이에 동의하자 임시회가 끝이 났다.

결국은 추대로 상임부회장이 선출됐다. 한 번의 투표를 거치긴 했으나 ‘재투표를 해봤자 동표가 나올 것이 아니냐’는 추측으로 인해 차기 상임부회장까지 덩달아 추대 선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되고 말았다.

차기 상임부회장 후보로 나가고자 마음 먹었던 사람이 있었으면 어쩌려고 벌써부터 2년 후에 선출될 차기 상임부회장까지 뽑았다. 다른 예비후보들의 앞길까지 막으면서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물며 세상물정 모르는 꼬마 아이들도 의견이 엇갈릴 때는 투표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렇게 행동한다. 이천시체육회 상임부회장 선출에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들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체육회를 비롯해 다른 단체에서도 주의를 기울이길 바란다.

한송이 기자  uh07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