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우 강남대 석좌교수 (前 이천시장)

그러나 홍팀장님! 어찌 그렇게 빨리 가십니까. 팀장님을 생전에 마지막 상면한 것이 지난 7월 22일 「안양샘병원」이었습니다. 이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상태에서 회복이 어렵다는 의사 소견을 듣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었는데 불과 열흘이 못되어 부음을 접하며 할 말을 잊었습니다. 한 사람의 생명이 이렇게 쉽게 가버릴 수 있는가! 엊저녁 빈소에서 당신의 영정을 대하게 되니 만감이 밀물처럼 몰려옵니다.

나와 홍팀장님과의 인연은 직장에서 시장과 부하 직원으로 만났지만 마라톤에 대해서는 역으로 스승과 제자의 관계였습니다. 운동체질이 둔한 나로서는 체력 지구전으로 승부를 거는 장거리 마라톤은 언감생심 꿈꾸기조차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마라톤을 입문시키고 5km, 10km, 하프, 풀코스 42.195km를 완주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지도해 주었습니다. 전주-군산 마라톤 대회 참여를 시작으로 인근 여주·양평을 비롯하여 자매 도시인 안동·공주·삼척·부산 동래구는 물론, 마라톤 마니아들의 꿈의 성전인 춘천국제마라톤대회에도 출전하면서 동호인들과 함께 고락을 나누던 추억이 주마등처럼 떠오릅니다. 이러한 붐을 타고 팀장님이 이천시전국마라톤대회를 유치하고 창립하는 데에도 큰 힘을 발휘하였습니다. 그 이후 계속해서 올해 12회째 대회를 맞고 있습니다.

당시에 세계도자기엑스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천 시민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함은 물론, 우리시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하여 마라톤 대회가 필요했던 상황에서 팀장님은 항상 전국을 누비며 앞장서 뛰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풀코스만도 20여회를 뛰었고 100km 울트라 대회에도 출전하면서 중도에 포기했던 어느 동료를 재미삼아 이야기하며 자신 만만한 체력을 과시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런 당신이 어이없게도 그렇게 가십니까. 체력 지수 100%를 장담하던 건각(健脚)의 주인공을 보내며 「인명은 재천(在天)」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이해가 가지를 않습니다.

특히 나에게는 2005년 10월 23일 춘천에서 열린 조선일보사 주최 국제마라톤대회를 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이천시 마라톤 동호인들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한편의 드라마였기 때문입니다. 춘천 종합운동장을 출발하여 의암호와 춘천댐을 지나 35km 지점에서 갑자기 다리의 경련이 일어나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던 상황에서 파스용 스프레이를 뿌려주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내시죠 라고 하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드디어 37km 지점에 나와 있던 시청 응원팀들과 함께 하나둘 하나둘을 세면서 이천도자기·쌀·복숭아·평생학습도시 휘장을 각각 앞세우고 마지막 스퍼트를 내던 순간, 우리는 「이천」이란 이름아래 하나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땀으로 범벅이 된 동지이기도 합니다.

나의 마라톤 인생에 팀장님은 우뚝선 거산(巨山)이었고 멘토였습니다. 그 이후 후학들의 특강 요청이 있을 때마다 그 당시의 소중한 체험을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주제로 여러 차례 들려주곤 하였습니다. 인생은 단거리 승부가 아니라 장거리 경주이기 때문에 초반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달리자, 마지막까지 완주하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고 역설하던 생각이 납니다.

나는 2006년 퇴임 후에도 자매도시인 안동과 삼척 등지를 동호인들과 함께 동행 하며 바로셀로나의 영웅 황영조 선수로부터 ‘싸인’을 받던 추억이 새롭습니다. 이제 그 씩씩하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으니 인생이 허망할 뿐입니다. 애석하게도 과중한 업무의 스트레스가 건강을 해친 원인에 하나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병마가 위중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입원기일을 미루며 업무에 임하던 책임감에 숙연함을 느낍니다. 돌아보건데 당신의 마라톤 인생처럼 정해진 목표를 향해 줄기차게 달려오다가 50을 갓 넘은 지천명(知天命) 언덕에서 홀연히 떠나시니 어디 아쉬운 점이 한 두 가지이겠습니까.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던 장거리 마라톤 과정에서 보면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돌아 공직에서나 가정에서 희망의 지평(地平)이 펼쳐질 무렵 이 무슨 청천벽력입니까.

팀장님은 그날 당신의 32년 평생직장이던 시청 광장에서 마지막 노제(路祭)를 지내고 다시 볼 수 없는 영원의 세계로 떠나십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너무도 많은 사랑과 교훈을 남기고 떠나십니다. 자랑스러운 마라톤 남편의 충실한 매니저 역할을 다했던 미망인 현미숙 여사님, 해병대에 갓 입대한 막내아드님이 서해안 대청도에서 훈련 도중 급보를 듣고 당신의 임종을 보기 위해 인천에서 택시로 달려 왔다고 들었습니다. 얼마 전 결혼한 따님 내외분을 비롯한 모든 가족들의 애끓는 호곡소리, 그리고 직장동료들의 비통한 흐느낌을 뒤로한 채 말입니다.

그 먼 세계가 어떤 곳인지 모르오나 근심 걱정이 없는 안식처라면 모든 번민을 내려놓으시고 편안히 영면(永眠)을 누리소서.
부디 홍종선 팀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2011. 8. 3. 09:00
시청광장 노제에서 팀장님을 보내며
유승우 삼가 애도의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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