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병돈 이천시장

최근 읍면동을 순회하며 기관·사회단체장, 주민대표 등과 간소한 방식으로 대화한 일이 있다.
주민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아야 엉뚱한 곳을 긁지 않고 가려운 곳을 찾아 시원하게 긁어 줄 수 있기 때문에 주민과의 격의 없는 소통을 위한 이번 순회 간담회는 매우 유익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대화 도중에 각급 학교의 교육예산 부족을 지자체 예산으로 채워달라는 건의가 읍면동마다 학교관계자의 입에서 봇물 터지듯 줄을 잇자 도교육청의 잘못된 행정을 지적한다고 한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일부 부적절한 표현으로 나오게 됐다.
공인으로서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지역사회에 논란을 불러일으켜 죄송스럽고, 뜻하지 않게 일이 확대된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평소 공직자의 언행은 천금보다 무거워야 한다는 신조로 살아왔다고 자부하는데 이번 일은 그간 나 스스로 지켜온 신조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신중치 못한 발언으로 논란 일으켜 죄송
잘못된 道 교육행정, 행태는 비판받아야
부적절한 표현에 대해서는 분명히 사과드린다. 아울러, 이 기회에 발언이 나오게 된 계기와 평소 담아두었던 도 교육행정에 대한 비판의 말 또한 분명히 하고자 한다.
작금의 도 교육행정, 행태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되어 가고 있다. 이번 읍면동 순회간담회를 하면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듣고 솔직히 화가 났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관내 A초등학교의 경우 정문보다 후문으로 다니는 학생들이 많아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도록 통학로(인도)를 연결해달라고 건의하였는데 알고 보니 학교부지였다. 우리시에서 통학로 개설을 위해 교육청에 학교부지 무상사용 동의를 요청했더니 땅값을 내라고 하여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시에서는 예산을 들여 통학로 공사를 하려는데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진 교육청이라는 곳에서 공사비는 대주지 못할망정 자기 땅을 사서 길을 내주라니 도대체 이것이 말이 되는가?
최근에 지어진 B고등학교의 경우는 도로 바로 옆에 학교를 지으면서 방음벽을 설치하지 않아 수업에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해당 학교장이 답답한 마음에 방음벽 설치를 건의했다.
학교 옆으로 없던 도로를 낸다면 시에서 당연히 방음벽을 설치했겠지만, 있던 도로 옆에다 학교를 지으면서 어떻게 방음벽하나 설치 안하고 학교를 짓는지, 상식 없는 도교육행정에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

무상급식, 이천시는 당초 계획대로 시행하고 있는 것
도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앞당겨 불안하고 무리하게 추진
무상급식문제 만해도 그렇다. 모 단체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마치 이천시가 무상급식을 할 의지가 없는 것처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왜곡된 사실이다.
지난해 초 지방선거 전에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할 때 나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을 공약하여 현재 약속대로 시행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5월 수립된 도교육청의 ‘무상급식 5개년계획’을 수용한 것으로 교육청과 지자체가 합의한 사항이다.
그랬던 것을 불과 5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도교육청이 일방적으로 확대시기를 앞당겨 통보해왔다. 당초 금년에는 도시초등 3~6학년까지 확대하고, 내년부터 초등 전학년, 내후년부터 중학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을 지자체의 재정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1년씩 앞당겨 버린 것이다. 사전에 의견을 묻는 절차 하나 없이 일방적으로 정하여 통보하고, 지자체는 돈만 대고 따라오라는 식이다.
게다가 당초에 없던 유치원까지 생색내듯 내년부터 무상급식에 포함하고, 교육청 관할이 아닌 어린이집은 제외시켜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
간담회에서 C학교 교장은 무상급식 때문에 그간 지원되던 컴퓨터 지원사업이 중단됐다고 토로했다. D학교 교장은 밥은 나오지만 다른 시설보수와 운영예산이 크게 삭감돼 학생들이 비 맞으면서 밥먹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도교육청의 무상급식 확대정책이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듯’ 불안하고 무리하게 추진된 탓이다.
나는 학생, 학부모를 위한 무상급식정책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시행의지를 밝혔고 현재 계획대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조급하게, 또 지자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절대 반대한다. 무상급식만이 교육정책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투자되어야 할 교육현장의 각종 사업이 무리하게 서두르는 무상급식 때문에 차질을 빚고, 교육시설 투자를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면 우리시 예산을 아무리 쏟아 부어도 그것은 시루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무상급식에만 올인하는 도교육감, 도교육청이라면 차라리 도급식감, 도급식청으로 명칭을 개명하는 것이 옳다.

손바닥 뒤집 듯 약속을 깨뜨린 도교육행정에 실망
도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깨버린 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2006. 12월 도교육청에서 이천외고 설립을 결정한 바 있고, 특목고 운영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자사고로 전환하면 승인을 검토하겠다고 하여 무려 5년 넘게 우리시가 이 문제에 매달려왔음에도 교육감이 바뀌고 나서 1년 만에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신청서류를 반려시켜 버렸다.
또한, 2013. 3월 개관하고자 추진 중이던 도립공공도서관 건립은 지난해 6월 공문까지 보내서 추진을 약속해 놓고, 돌연 올 3월 예산부족을 이유로 건립계획을 보류시켜 버렸다. 처음에는 취소한다고 구두 통보했다가 여기저기서 말이 나오니까 보류시킨 것이다. 이천시민을 우습게 안 것이 아니라면 절대 이럴 수가 없다.
100년 인재를 키우는 교육정책이 이렇게 막가서는 안된다. 학생들에게 약속과 신뢰의 소중함을 가르쳐야 할 교육당국에서 기관과의 약속을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 듯 해서는 더욱 안된다.
나는 ‘교육이 희망이고, 교육이 미래’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 재정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5년전 민선4기 시장에 취임하자마자 교육예산부터 대폭 늘려 투자했다. 이전에 비해 10배 이상 예산을 늘렸고, 2008년에는 교육관계자의 의견을 전폭 수렴하여 교육발전 중장기 종합계획까지 수립했다.
전국 평균이하의 재정력을 가진 지자체 가운데 우리시처럼 매년 100억원 안팎으로 교육에 투자하는 지자체는 경기도는 물론, 전국에서도 드물다. 거듭 밝히지만 우리시 교육지원예산은 학생들의 실력향상과 장학금, 도서관 등의 설비에 원칙을 지켜 투자하고, 무상급식도 당초 계획한 대로 추진할 것이다.
무상급식에 관하여 당초 협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통보된 도교육감의 방침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나를 ‘교육철학이 없다’고 비난하는 것은 얼마든지 좋다. 하지만 그에 앞서 도교육감에게 찾아가 이천시민에게 한 악속을 왜 지키지 않는지 한마디라도 따져 주었더라면 더없이 고마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천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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