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태준 국민참여당 이천·여주지역위원장

저는 변호사라는 직업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을 만나서 식사도 하고 때로는 술자리도 하게 되는데, 대화를 하다보면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보다는 생활하면서 불편한 이야기, 부당한 대우를 받은 이야기,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보다 많이 듣게 됩니다.

물론 그 분들도 불편한 이야기보다는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굳이 저에게는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보다 불편하고 부당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분들이 저에게 하는 불편하고 부당한 이야기의 내용은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불편한 일이나 부당한 경우도 물론 있지만, 그 보다는 대체로 지역 정치인들의 부도덕하고 비민주적인 행위로 인해 속상하고 마음이 불편했던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제가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 위와 같이 불만과 비판을 많이 들을 수가 있지만, 제가 읽고 있는 지역신문에서는 제가 들은 그러한 불편하고 부당한 이야기들에 관한 기사를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즉, 신문만 읽고 있으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천’은 시민들의 불만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이고 그래서 시민들이 살기 괜찮은 도시로 여겨지는데,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 들어보면 시민들의 불만과 비판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천의 사회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저는 이러한 ‘이천’의 모습은 매우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하고 싶습니다. 즉, 안타깝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천’이라는 도시는 정치인들과 관청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과 비판이 지역신문에 적나라하게 소개되어 시끌시끌한 도시보다도 오히려 더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시민들의 불편과 비판이 언론을 통해 거침없이 소개되는 그러한 사회는, 그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시민과 관에게 모두 공개되었기 때문에, 그 원인이 어디에서 오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서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수 있으나, 시민들의 불만과 비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그러한 시민들의 불만을 다른 시민들과 공유할 수 없고 그래서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회처럼 보여 그 문제가 치유되지 못하고 시간이 경과한다면, 그와 같은 사회문제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매우 심각한 상태에 이를 것이고 이를 억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면 결국 폭발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천시민’들이 정치인이나 관에 대해 여러 가지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시민들이 느끼고 있는 고통과 불만에 대하여 시민을 대신해서 정치인들과 관청에 용기 있게 이야기해 주는 ‘시민의 대변자’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러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시민의 대변자’는 바로 선출직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이천지역사회에서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지역원로여러분들, 나아가 각 시민사회단체의 간부여러분들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역신문을 읽어보면 그러한 위치에 있는 분들의 현역 정치인들과 관에 대한 거침없고 설득력 있는 글을 찾아보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안타까운 이천의 현실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저를 포함한 ‘시민의 대변자’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의 용기가 많이 부족함을 고백해야 합니다. ‘시민의 대변자’로서 시민들의 고통과 불만을 관청에 전달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시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관청에 대해 박수치며 응원하고 아부나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천지역의 현역 국회의원과 이천시장께서는 ‘시민의 대변자들’이 시민들의 고통과 비판을 이야기할 때, 우선 이를 두려워하거나 불편해하여 시민들과 그 대변자들의 입을 막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고통을 경청하고 이를 해결해 줌으로써 시민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뜨거운 가슴으로 시민들의 불만을 경청하려는 용기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역 언론 역시도 정치인들이나 이천시를 대변해서 이천시정을 홍보하는 내용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지적하고 나아가 시민들의 고통과 애환을 찾아 취재하고 보도하는 언론, 정치인이나 관료를 위한 언론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용기 있는 언론이 되어, 시민들로부터 사랑받은 언론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와 같이 시민들의 고통과 불만을 거침없이 대변해 줄 ‘시민의 대변자’, 시민들의 불만을 경청할 용기가 있는 선출직공무원, 현재의 살아있는 권력의 잘못을 과감하게 지적할 용기가 있는 언론, 이 삼박자가 잘 맞아 ‘용기 있는 도시 이천’이 하루빨리 도래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천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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