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춤, 그 무아지경의 경지에서

 
-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경기도립무용단의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있은 지 만 10년이 됐다. 단원들의 안무지도를 하고 직접 춤을 추기도 한다. 그 덕에 하루하루가 바삐 흘러가고 있다. 1년에 150여일을 공연하고 있으니 말 다 한 셈이다. 요즘은 5월 27일과 28일 양일간 있을 정기공연 ‘천년의 유산’을 준비하면서 지역의 행사에서 있을 공연 준비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눈 코 뜰 새가 없다. 가장 가까운 행사로는 3일 뒤에 있을 세계 태권도 경진대회 축하공연이 있다.

- 이천에도 자주 찾아오고 있는 것 같다.
▶과거에는 산수유축제나 도자기엑스포 등의 행사에서 개막식과 폐막식을 맡아 축하공연을 펼쳤다. 요즘은 그것보다는 덜하지만, 축하공연을 위해 적어도 1년에 3번 이상은 이천을 방문하는 것 같다. 얼마 전 23일에는 탑돌이 문화제에서의 공연을 위해 이천을 찾았다. 이날은 공연단과 함께 나도 이천으로 향했다. 그리고 봉은사 주지스님께 직접 배웠던 ‘바라 군무’를 선보이기도 했다.

- 한국에서 가장 전통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데.
▶젊은 시절 새로운 춤을 배우기 위해 17분의 스승을 모셨다. 정기공연이나 경진대회 등에서 ‘저 분이 춤을 잘 추는 것 같다’고 느끼면, 주저 없이 찾아가서 배움을 자청했다. 그런 과정에서 팔도의 굿춤을 다 배웠으며, 남자로서는 태평무를 처음 갖기도 했다. 요즘 학생들이 영어 단어나 숙어를 많이 외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난 지금도 춤에 대해서 더 많이 배우고 싶다.

- 춤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편안함이다. 한국의 춤은 정답이 없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영감에서 추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춤을 출 때면 잡념이 사라진다. 사상과 감정을 말이 아닌 몸짓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무아지경의 경지에 오른다. 그렇게 공연을 끝냈을 때 상대방이 내 춤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면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 하지만 춤을 추는 데에 있어서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어려움이 아주 많았다. 내가 어렸을 당시에는 남자가 춤을 춘다고 하면 안 좋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게다가 집안에서는 내가 판·검사가 되길 소망했다. 그런 모든 것을 저버리고 춤꾼이 되니 부모님이 많이 서운해 하셨던 것 같다. 한 번은 상을 받을 때 어머니를 모시고 갔다. 그런데 어머니가 인터뷰할 때 “외아들 하나 있는 거 자랑하고 싶었는데, 한 번도 하지 못했다”고 말하더라. 당시에는 많이 창피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더 설명해주고 이해시켜드리지 못했을까 아쉽다.

- 그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1979년에 한국남성무용단을 설립했다. 한국으로선 남성 무용단이 처음 설립되는 것이어서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난 남자도 손가락질 받지 않고 춤을 출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남자 춤꾼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변화가 되고 있는 것 같다.

- 앞으로 이천에서의 계획은.
▶가까운 계획은 10월에 있을 출향예술인 공연이다. 첫날 한량무로 시민들에게 인사를 드릴 것이다. 먼 계획으로는 이천에 전수관을 지어 후진양성에 힘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천에서 이천문화상을 수상했지만, 정작 나는 이천에 한 일이 없는 것 같아 많이 미안하다. 늦었지만 이천에서 마지막 결실을 맺고 싶다. 후진양성을 하며 이천에서 봉사하겠다.

이천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