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지쳐가고 있다. 도저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구제역의 기세에 한 층 더 풀이 죽어가고 있다.

위협적으로 돌진하는 구제역을 막기 위해 공무원들이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현장에 투입된 지도 벌써 열흘이 지났다. 그동안 병원에 입원한 공무원도,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던 공무원도 있었다.

하지만 그 고생을 아는지 모르는지 구제역의 기승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곳에 손을 뻗치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 영락없는 맹수 같다. 조금만 방어를 느슨하게 했다가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잠시 동안의 방심으로 새어나간다면 일파만파로 퍼져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그야말로 천재지변이라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무원들의 어깨에서 자꾸만 힘이 빠진다. 며칠 동안 잠도 못 자면서 고생했건만, 구제역은 조금도 수그러드는 기색이 보이지 않고, ‘방역 좀 그만 할 수 없냐. 차 망가지면 책임질 거냐’는 등 시민들의 원성만 높아지니 말이다.

지난해 12월 26일 대월면 장평리에서 구제역이 의심축이 발생되고, 27일 구제역이 확진됐다.

그에 따라 시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곳곳에 구제역 방역초소를 설치·강화해 많은 공무원들이 투입됐고, 많은 인원이 살처분 현장에 투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인력 부족이었다.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공무원은 한정돼 있는데, 살처분 대상 농가는 점점 늘어만 갔고 그에 따른 방역초소도 계속해서 늘어났다.

설상가상으로 살처분 현장에 투입됐던 공무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겨내기도 힘겨운 수준이다. 밤마다 환청이 들려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호소하는 공무원도, 끔찍한 장면이 자꾸만 생각나서 한동안 말을 잃었던 공무원도 있다.

그 사이 대월면과 장호원읍 이장단에서 도움의 손길을 건네 왔다. 구제역 발생지점이 인접한 만큼 공무원들을 적극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후 대월면과 장호원읍은 자체적으로 초소를 운영하며 공무원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그리고 그들이 있었기에 구제역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은 대월면과 장호원읍 이장단도 마찬가지. 이들 역시 턱없이 부족한 인력 탓에 밤잠을 설쳐가며 초소를 지키고 있다. 각 초소 별로 근무조를 짰다지만, 그것은 이미 무용지물이다.

이제 시민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구제역을 막기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고 있는 이들의 어깨에 점점 힘이 빠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족한 인력으로 도움을 호소하고 있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언제까지고 뒷짐 지고 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우리 지역을 살리는 것은 ‘나 한 사람’에서 비롯된다. 2007년 태안 기름유출사건 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어린 손길이 ‘기적’을 만들어냈듯이 이천시에서도 ‘자그마한 기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어린 손길이 필요하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손길이 모여 하루빨리 구제역을 이겨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한송이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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