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의원들은 무지 바쁘다. 무려 5천억원이 넘는 내년도 이천시 예산 심의 하랴, 행사장에 얼굴 비추랴 그야말로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 보인다. 크든 작든 여느 행사장엔 반드시 이들이 참석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썩 좋은 현상이 아니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요즘 같이 중요한 회기 땐 더욱 그렇다.

“행사장 찾아다닐 시간 있으면 그럴 시간에 집행부의 예산편성 책자를 한번이라도 더 들여다봐야 제대로 된 심의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 가지 예를 들었다. 이천시의회 수정예산안 심의가 있었던 지난 14일 시의회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의원들은 이날 오전 일정을 부랴부랴 마치고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진행된 자원봉사자 한마음대회에 참석한 뒤 오후 2시30분 여주에서 열린 이범관 국회의원의 한강수계기금 정책토론회까지 참석했다.

토론회는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이때까지 시의원들은 다음날 있을 엄청 중요한 일정을 잠시 잊은 듯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평소 다른 행사장에선 얼굴만 비추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결국 다음 날 계수조정은 자정이 다 돼서야 끝났다.

선출직들은 연말연시를 비롯해 항상 바쁘다. 그중 행사참석이 절대적이다. 이 때문에 일할 시간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한 시의원은 “행사장에 가지 않고 의정활동에 집중하고 싶지만, 그것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각 단체에서 초대장을 보내오는데 그걸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입장도 이해해 달라”며 하소연했다.

그렇다. 이 같은 현상을 무턱대고 선출직들만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선출직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믿고 투표를 해준 유권자들의 초대를 저버릴 수 없는 입장이다.

대다수 시민들은 주민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시정을 정확히 견제·감시하는 똑 부러진 선출직을 누구보다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며 그들의 고충이 무엇인지 들어보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각종 행사장은 다르다. 많은 사람을 만나 소통의 장을 펼칠 수 있는 곳이 행사장이지만, 제대로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서 그것은 시정 감시에 힘써야 하는 선출직들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선출직들이 시간이 부족해 지역살림에 소홀해졌다면, 그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선출직들이 나태해졌기 때문이라고 감히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소홀해진 까닭이 여러 행사장을 다니는 바람에 피곤으로 몸이 버티지 못 했기 때문이라면, 그것이 과연 선출직들만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선출직들이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그 행사가 빛이 날 수는 있지만, 그로 인해 이천의 시정은 빛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제대로 된 선출직들의 활동을 위해선 초대장을 보내기 전에 ‘그들이 이 행사에 꼭 참여해야 하는가’를 한 번 더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이런 행태가 지속된다면 이천시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삼류도시로 전락할 확률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한 송 이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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