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제도화되는 청소년들의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기본권리

지난 9월 17일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어 내년 3월 발효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 및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교육에 관한 권리 등을 주 내용으로 담고 있는데 그 제정 및 통과과정에서 다양한 논쟁을 빚어왔다.

특히 체벌에 관련해서는 서울시교육청도 지난 11월 1일부터 새학교생활규정을 통해 학교에서의 모든 형태의 체벌을 금지하면서 마치 교육이 큰 위태로움을 맞은 듯 진통을 겪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학생인권조례’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인간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내용이라서 ‘정말 이런 것들조차 학교에서 보장되지 않아서 조례로 규정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의 수준이다. 떠들썩하게 G20의장국가라고 소개하는 선진국가의 인권의식 수준인가 싶을 정도다.

심지어 이 조례를 살펴본 청소년들은 ‘과중한 학습 부담에서 벗어나 적절한 휴식을 취할 권리’, ‘복장이나 두발 등에 있어서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 ‘아플 때 적정한 치료를 받고 보건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건강에 관한 권리’등의 보장이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학교에서의 청소년들의 생활이 어떠할 것이다 익히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생존과 건강에 대한 권리가 절박하다고하니 이번 조례의 제정은 뒤늦은 처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다면 체벌이나 인권침해는 가능하다?

이천YMCA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중심으로 이천지역 청소년들의 가치관과 의식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 청소년의 39.8%가 ‘학생이 잘못하면 체벌해도 된다’라고 응답했다. 같은 조사를 2009년에 실시했을 때는 26.4%가 ‘체벌해도 좋다’라고 응답했었던 것에 비하면 오히려 체벌에 대해 당연시 하는 인식이 13.4%나 증대됐다.

체벌을 당연시 하는 의식에 대해 청소년들은 “학생은 학교의 수많은 규율 속에서 묶여 살고 있다. 그리고 이를 어길 시에는 대부분 체벌을 받아왔고 그런 조치가 익숙해졌기 때문에 자신이 규율을 어길 시에 다른 조치 방안을 생각하는 사고가 줄어들었다. 또한 점점 더 경쟁을 추구하는 사회 속에서 ‘나만 아니면 돼’라는 학생들의 이기심이 늘어나고, 오히려 경쟁자를 물리쳤다는 심리까지 들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 학생인권조례 제8조의 내용인 ‘학습에 관한 권리’에 대해서도 31.7%가 ‘학교에서 성적과 시험으로 경쟁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응답하여 2009년 24%보다 11.7%나 경쟁을 당연시하고 있었다. 원인에 대해서 “줄 세우기 교육, 즉 서열화 된 현재 교육 흐름에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하였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을 이런 경쟁주의적 문화에서 성장시키고 있는 우리 사회의 잘못일까?

경쟁에서 승리를 위해서라면 인간의 존엄도 훼손하는 폭력적 문화를 변화시켜야

학생인권조례는 건강권, 학습권, 복지권과 같은 인간으로서 청소년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최소한으로 보장하기 위한 조치일 뿐 ‘경쟁과 승리, 효율성을 위해서라면 폭력마저도 당연시하는 인식’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또 청소년들이 학칙 등의 규정 제·개정 과정 및 학교운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청소년들이 경쟁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 다양한 삶의 진로를 모색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청소년들이 인간으로서, 시민으로서 보장받지 못했던 기본적인 권리의 실현뿐만 아니라 인간존엄을 훼손하는 경쟁주의적 사회 가치와 문화를 개인의 다양성과 결정권이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로 변화시키는 교육과 실천활동들이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으면 한다.

이번 조례 제정이 청소년들의 인권보장과 평화로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지라도 지역사회가 청소년들의 인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은 작지만 소중한 새싹이다. 앞으로 이 새싹을 잘 키워 생명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역사회 모두가 관심과 사랑으로 보듬어 주기를 희망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천저널  icjn@par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