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G20 대회가 11일 개최됐습니다. G20은 지구상에서 잘살고 힘 좀 있다는 위에서부터 20개 나라 정부 대표들이 모임입니다.

회의라고 하지만, 무슨 국제법적 의무 규정을 가진 것도 아니고, 꼭 무슨 결론을 끌어내는 것도 없습니다. 원래 동서 냉전 시대 자본주의 진영의 7개 선진국 정상이 모여 G7이라 부르다 소련 해체 뒤 러시아를 포함시켜 G8, 훗날 범위를 넓혀 20개 나라 G20이 됐습니다.

G20 의장국은 회원국이 한 번씩 돌아가면서 맡는데, 마치 우리가 특별한 재주가 있어 맡은 양 홍보되는 모습은 국민을 가볍게 여기는 처사가 아닌지 마음 불편해 집니다. 올림픽과 월드컵은 관광객이나 많이 몰리지만, G20은 아니지요. G20에 끼지 못한 나라의 무관심과 냉소 속에 잘사는 나라 정상들 모여 밥먹고 사진 찍으면 주요 행사가 끝납니다.

여러 의제가 있다지만, 언제 한 번 속시원히 지구촌 서민들 잘살게 해주는 내용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우리가 G20에 들어갔다는 것 자체는 높이 평가합니다. 또, 잔치는 잘 치러야죠. 잔치는 손님 초대해서 배불리 먹여 주고, 따듯하게 쉬었다 가게 해주는 겁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잔치를 여는 주인 마음이 편해야죠. 주인 마음이 편하려면 살림살이가 좀 넉넉해야 합니다.

그런데 보시죠. 국가의 주인인 대한민국 국민 마음이 요즘 편한지 되돌아 볼 일입니다. 갑자기 몰아닥친 초겨울 추위 만큼이나 차갑게 얼어 붙어 있습니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물가가 치솟습니다. 기본적으로 해결돼야 할 국민의 먹거리 문제조차 국민을 괴롭힙니다.

쉽게 배추파동 보시죠. 대한민국은 김치의 나라입니다. 서민중산층이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안될 배추 값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국민 마음에 상처를 안기면서 국제 잔치라고 말만하면 흥이 난답니까. 여주이천 농민들 절대다수에게 숙원인 벼수매. 수매가격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애써 일한 보람은 지난해보다 비싼 가격에다 일한 만큼 성과를 얻는 겁니다. 하지만, 농민들 사정이 그렇지 못합니다. 서민 중산층 누구도 희망을 얘기 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서민, 농민문제 뒷전인 채 성공 기약도 없는 대기업 위한 대국들 회의에 서민중산층을 들러리 세우려 한다면 예전같이 잘 따라주지 않을 겁니다. 역효과 납니다.

외화내빈(外華內貧). 겉은 화려하지만, 속이 텅 빈 경우를 말합니다. 대한민국 G20 회의가 그런 모양새가 아니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러려면 정치적인 목적으로 G20 홍보에 나서기 전 분노를 넘어 체념 상태로 하루 하루 삶을 이어가는 서민 중산층의 민심부터 바로 읽어야 순서입니다. 도탄에 빠진 자국 국민, 즉 나라 주인의 마음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한 가운데 G20 홍보는 너무 공허해 보입니다. 아니 두려운 마음마저 듭니다. 배추파동이 한창일 때 대한민국 행정의 최고 책임을 지고 계시는 분이 “배추 김치 대신 양배추 김치를 식탁에 올리면 어떠냐”는 말씀하셨습니다. 배추나 양배추나 가격이 엇비슷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양배추 김치라는 것이 도대체 우리 국민 정서에 맞기나 한답니까. 정부는 또 쌀을 사료로 쓰면 어떠냐는 제안도 내놔 농민들을 격분시켰습니다.

이 대목에서 구체제의 종식을 가져온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떠오릅니다. 프랑스 부르봉 왕정의 무능과 부패, 그리고 민심과 동떨어진 현실 인식이 결국 화를 불렀습니다. 먹을 것이 없던 성난 빠리 시민들이 국왕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앙뚜아네뜨에게 가서 외쳤습니다. “빵이 없다. 빵을 달라” 그때 마리 앙뚜아네뜨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 않는가”.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뚜아네뜨는 혁명 발발 4년째인 1793년 10개월여 시차를 두고 차례로 빠리 한복판 광장에서 시민들 손으로 단두대에 올려져 최후를 맞았습니다. 한 때 왕과 왕비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던 노예, 힘없는 시민들 의식이 뭉치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깨달았을 때는 칼날이 이미 목에 닿고 나서입니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국민과 유리된 정치를 펼친 결과가 어떤 것인지, 우리는 늘 역사에서 교훈을 얻습니다. G20의 화려한 홍보 뒤에 가려진 대국민 소통부재와 민심 이반 현상에 대한 때늦은 후회가 없어야 한다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해봅니다.
이천저널  icjn@par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