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에는 열심히 하고자 하는데도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쳐 힘든 삶을 살고 있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박상이 전국보건의료산업 노동조합 이천병원 지부장은 몇 달 전 전교조 한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다. 이천은 타 시군에 비해 불우한 환경 탓에 급식비를 내지 못해 점심을 굶어야 하는 학생들이 두 배 가량이나 많은데, 그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는 이야기였다.

박 지부장은 그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았다. 안타까운 마음에 이천병원 노동조합(이하 병원노조) 조합원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고, 다행히도 50여명의 조합원이 이를 흔쾌히 응했다.

그런데 각 중학교에 공문을 보내 장학생 추천을 받은 그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처음 그들이 장학금을 지급하려 했던 학생 수는 5명이었는데, 추천 받은 학생들은 6명이었던 것이다.

“6명의 학생 중 누굴 명단에서 제외시켜야 하나 많이 고민했습니다. 학생들 모두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지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었거든요.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6명 모두에게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병원노조에서 선택한 장학생은 이천양정여자중학교 2명, 설봉중학교 2명, 이천중학교 1명, 송정중학교 1명까지 모두 6명. 다들 상위 30% 이상의 성적을 가지고 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었다.

이들을 위한 장학금 전달은 21일 모두 마쳤지만, 장학금 지급은 11월 3일 학생의 날에 있을 예정이다. 이에 박 지부장은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며 장학금 전달을 마쳤다.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6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배정하고 난 후에도 돈이 남은 것.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이천 푸른학교다.

“처음 장학금 지급을 위해 푸른학교를 방문했을 때는 정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아이들의 밝은 모습 이면의 그늘을 봤거든요.”

박 지부장이 그동안 접했던 불우한 학생들은 각종 시설에 기거하고 있는 학생들뿐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요즘 장학금 지급을 위해 활동을 하고 있는 지금,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한없이 맑은 아이들의 눈을 현실이 가려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창 자랄 나이의 아이들이 사회에 가려져 빛을 잃고 살아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이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는 더 많은 학생들에게 지원을 해줄 생각입니다.”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그 후 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박 지부장의 학생들에 대한 희망의 손길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송이 기자 (uh07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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