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경로우대’에 노인들이 울고 있다.

직장에서는 ‘열심히 일하셨으니 이제 좀 쉬세요’라며 정년퇴임을 종용한다. 아직 정정하기 때문에 일할 수 있다고 하는데도 굳이 쉬라면서 말린다. 마지못해 정년퇴임을 하고 나면 갑작스레 너무 많아진 시간을 주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정년퇴임한 지 몇 년, 몇 십 년, 혹은 직후부터 집안 살림이 ‘휘청’하고 기운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이 없어져 그동안 모아왔던 돈으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아둔 돈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 그들을 구제해준 것이 바로 노인일자리사업과 공공근로사업, 그리고 노인생활협회다.

현재 이천시 노인종합복지회관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의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은 280여명. 노인종합복지회관에서 만난 노인들의 얼굴은 하나 같이 밝고 즐거워 보였다. 노인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생활비가 해결됨은 물론이고, 그와 더불어서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사실 노인 일자리 부재의 가장 큰 문제는 노인들의 자아실현 부족이다. 이는 어릴 때는 학생의 자세로 배움으로써, 성인이 돼서는 각각의 위치에서 회사에 보탬이 됨으로써 자아실현을 해 왔던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할 일이 없어지면서 우울증, 급기야는 자살로까지 연결될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어리석은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직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일하는 노인들에 대한 ‘경로우대’에 나선 것이다.

얼마 전 정부가 공개한 가예산에서 노인일자리사업에 대한 예산이 삭감됐다. 노인일자리사업은 정부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조만간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노인들이 또 다시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일자리를 잃은 노인들은 또 다른 일자리를 찾기 전까지 생활고에 전전긍긍하며 지내야 한다. 이에 노인들은 또 다시 굶주리고 힘든 삶을 살아야 할 생각에 눈앞이 아찔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그저 정부의 예산이 높게 책정되기만 바라면서 목을 빼고 기다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것일까. 아니다. 잘 찾아보면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실례로 우리와 가까운 원주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노인생활협회. 원주시 노인생활협회는 마음이 맞는 노인들이 모여 이윤이 아닌 자아실현을 목적으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직접 운영하고 이끌어간다. 서로의 입장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이해할 수 있는 노인들이 직접 이끌어나간다는 점 때문에 우울증을 앓고 있던 노인도 그 곳에 가면 금세 치료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또한 이곳은 공공기관처럼 예산을 받아서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의 예산 삭감에도 난관에 부딪치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아마 원주시 노인생활협회는 이번 예산 삭감으로 이천시 노인종합복지회관처럼 휘청거리지 않을 것이다.

현재 사회적으로 노인들의 우울증과 자살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천시 역시 다르지 않다. 노인들의 자살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그것을 줄이기 위해서 시에서는 무슨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할 문제다. ‘지나친 경로우대’에 지친 우리 이천시 노인들이 울고 있다.
이천저널  icjn@par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