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받을 수 있는 아픔을 행복이라고 합니다.

냉담 4개월 만에 찾은 성당 교중미사에서의 기도는 겨자씨보다도 작은 믿음으로 설봉산보다도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과 진흙이 묻지 않는 연꽃같이,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씀처럼 지난 120여 일은 참으로 외로운 고독의 혼돈이었습니다.

보통 성인은 하루 24시간 동안 대략 6만 가지의 생각을 한다고 하는데, 똑같은 6만 가지의 생각으로 4개월을 지새웠습니다. 6만 가지의 생각으로 바라본 나의 자화상, 그 화상이 발견한 내면의 자아에게 들리는 영적인 내공의 소리는 감사하고 또 감사하라는 주님의 말씀이셨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놓치지 않는 1%의 힘은 30초의 뜨거운 관심에서 시작된다는 평범한 이치의 지혜를 절감하기도 했습니다. 저녁 해가 수태한 정막의 밤, 정지된 공간에서 아무도 체험하지 못한 죽음의 세계를 궁금해 하며 인생의 가을과 겨울의 온도를 체감하면서 삶의 무상도 가늠해보았습니다.

1세기 노예 출신의 철학자 ‘에픽테토스’가 남긴 지혜로운 말도 음미했습니다. <자신의 좋지 않은 상황에 대해 남의 탓을 하는 것은 잘못 배운 사람의 행동이고, 자신을 탓하는 것은 배움을 시작한 사람의 행동이며, 다른 사람을 탓하지도, 자신을 탓하지도 않는 것은 배움을 완성한 사람의 행동이다.>

‘노자’는 <모든 것을 갖고자 한다면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고 했습니다. ‘라마니 마하리쉬’는 <내려놓음은 자신을 자기 존재의 근원에 내어주는 것이다. 이 근원이 당신 바깥에 있는 어떤 신이라고 상상함으로써 자신을 기만하지 마라. 당신의 근원은 자신 안에 있으니 당신을 그 근원에 내어주라>고 말했습니다.

‘니가르가닷타 미하리지’는 <정신적 성숙은 기꺼이 모든 것은 내려놓은 데 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포기지만 진정한 포기는 포기할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 있다. 그 무엇도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새들은 바람이 불든 비가 내리든 눈앞에 나타난 현상을 저항 없이 수용합니다.

‘앨런 와츠’는 <과거의 추억과 미래에 대한 기대는 오직 현재에만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는 과거를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자 달콤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겪는 고통과 어려움의 해독제는 지금 이 순간인 것입니다. 오늘 내가 헛되이 보낸 하루는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일이고,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일이 바로 오늘인 것입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언제 남을 위해서 그토록 뜨거웠던 적이 있느냐?>는 글이 있습니다. 깊이 음미할 주옥 같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도현’의 시 <연탄 한 장>

“삶이란 나 아닌 다른 이에게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싸늘해지는 가을녘에서 이듬해 봄 눈 녹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고 있다는 듯이 제 몸에 불을 붙였다 하면 하염 없이 뜨거워지는 것.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히 남는 게 두려워 나는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려하지 못했나보다.

하지만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아침에 나 아닌 다른 이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나는 만들고 싶다.”

인생에는 시간이 지나면 당연하지 받는 ‘개근상’이 없습니다. ‘나이 듦’은 또 하나의 도전이고 또 하나의 발견이라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세상이 기억하는 것은 장미의 가시가 아니라 장미의 향기인 것입니다. ‘나이 듦’의 향기는 스스로 가시를 인정해야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경험은 지식을 능가한답니다.

희망은 실패의 두 발자국 뒤에서 따라온다고 합니다. 희망의 힘은 ‘믿음’과 ‘기대’라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53년여의 공직생활, 참으로 복된 삶을 살 수 있도록 사랑으로 지켜주시며 성원해주신 시민 모두의 행복과 이천시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때와 장소를 가림이 없이 기도하며 경험과 경륜을 전도하는 마부가 되고자 합니다.
이천저널  icjn@par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