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한숨이 마를 날이 없다. 오늘은 어디에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나, 내일은 또 어떻게 생활비를 벌어야 할까, 한 시도 걱정이 없는 날이 없다. 그나마 일자리사업이나 공공근로사업 등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며 조금 살만하다 싶었는데, 정부에서 예산을 삭감하려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노인들은 그저 쓴웃음만 지을 뿐이다.

노인들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는 나와 먼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먼 훗날 우리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모두 내 부모님, 내 조부모님의 이야기라 생각하고 고민해볼 문제다.

“김치에 밥만 먹어도 감사하지. 그런데 요즘은 배추 값이 올라서 걱정이야.”

‘채소값이 금값’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채소들의 가격이 폭등한 요즘, 가장 시름에 잠긴 사람들은 바로 노인층이다. 노인들은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수입이 거의 드물기 때문이다.

이천시 노인종합복지회관 최경규 사무국장에 따르면 연금이나 저축, 퇴직금 등 노후생활을 위한 준비를 해 왔던 노인들은 40%에 불과하다. 60%의 노인들이 노후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천시 노인인구는 10.1%로 경기도 평균 노인인구인 9%를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천시의 기초생활수급자는 3%뿐이다. 여기에는 소년소녀가장 등 다른 가정들도 포함돼 있어 실상으로 기초생활보장금을 받는 노인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이천시 농인종합복지회관에서는 기초생활보장금을 받지 못해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이천 실버인력 뱅크’라는 노인일자리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일자리사업에서는 복지관 안내자, 운동실 관리자, 이미용봉사자, 경로식당 식권판매자 등 노인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노인종합복지회관 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노인은 280여명이다. 최 사무국장은 일자리사업이 노인들에게 있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동료들과의 관계, 사회와의 관계 형성을 통해 노인자살률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인자살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갈등이다. 주된 갈등의 원인은 경제적 문제인데, 일자리사업을 통해서 이것이 해결될 수 있다. 또 다음으로 많은 것이 우울증인데, 이것 역시 일자리사업을 통해 소일거리를 만들어줌으로써 우울증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최 사무국장의 의견이다. 하지만 노인들의 아주 작은 소일거리인 이마저도 정부에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정부에서 제시한 가예산에서 노인일자리사업에 대한 예산이 삭감됐기 때문이다.

이에 최 사무국장은 “가예산은 사실상 실예산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노인들이 그나마 생활비를 벌 수 있었던 터전을 없애버린 것과 같다”며 예산 삭감에 대한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노인은 “일자리사업이 없었다면 여태까지 생활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만약 일자리사업이 축소돼 일자리를 잃게 되면 어디에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나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노인 일자리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천시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이근우 간사는 “노인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사업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타 지역의 모범사례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며, “실제로 원주 같은 경우는 노인생활협회라는 단체가 노인들의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자아실현까지 돕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간사는 “이와 같은 사업이 이천시에 정착하려면 시에서의 많은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송이 기자(uh07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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