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쌀문화축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농업기술센터와 시청 측에서는 쌀문화축제에 대한 여러 계획을 세우고 검토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사실 이를 기대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이천시 농민들은 지금 깊은 수렁에 빠져있다. 한창 황금빛으로 물들어있어야 할 논을 거무튀튀한 흙에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어느 정도의 도복 피해는 있다지만, 올해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심하다.

태풍 ‘곤파스’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태풍 ‘덴무’가 들이닥쳤다. 하지만 하늘은 무심하게도 이에 그치지 않았다. 망연자실해 눈물을 머금고 있는 농민의 가슴에 또 한 차례의 비를 퍼부은 것이다. 지난 추석에 있었던 집중호우로 거침없이 흐르던 빗물에 농민들의 눈물도 같이 흘러내렸다.

모든 수해가 지나간 지금, 농가는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올해 쌀 수확을 포기한 농민들도 부지기수며, 포기하지 않은 농민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답이 안 나온다’며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쌀 수확량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수확비용은 늘고 수매가는 줄어 삼중고의 고통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쌀문화축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천시는 바로 얼마 전 이와 비슷한 사례를 겪은 바 있다. 그것은 바로 얼마 전 폐막했던 장호원 햇사레복숭아축제에서 일어났다. 유난히 추웠던 올해, 복숭아농가는 추위와 더불어 고통으로 온 몸을 떨어야만 했다. 기껏 키워놓은 복숭아나무가 모두 얼어 죽은 것이다. 이로 인해 이번 복숭아축제에 참가한 복숭아농가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자칫하면 ‘복숭아 없는 복숭아축제’가 될 뻔도 했던 아찔한 경험이었다.

복숭아축제에서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이천시가 쌀문화축제에서 또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그런데도 시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농민들은 본격적인 쌀 수매를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지금에서야 도복현황을 조사하고 있는 시의 ‘안하무인격’ 대처에 답답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마다 쌀에 대한 문제는 국가적인 문제로 제시되곤 했다. 때문에 시에서는 국가의 정책과 대처를 받아들이고 수용할 뿐 별다른 대처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었다. ‘이것은 시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그런데 이게 과연 국가만이 해결해야 할 문제일까. 전국적으로 유명한 ‘임금님표 이천 쌀’이 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축제까지 불사하고 있는 이천시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느냐는 말이다.

농민들의 울부짖음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농민들의 그 울음 섞인 원성이 하늘에까지 닿을 것만 같다. 하늘을 찌를 것만 같은, 이천시민이라면 모두들 듣고 있는 농민들의 그 원성을 어찌하여 시에서만 듣지 못하는 것인가. 농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왜 시만 모르고 있는 것인가.

농민들의 시름을 가까이서 들어주고 해결해줄 수 있는 곳은 국가가 아닌 시다. 무조건 국가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벼 일으키기 사업과 같은 일회성 사업에 국한될 것이 아니다. 국가와는 별개로 시에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천저널  icjn@par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