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떤 사건이든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말이 따라붙지 않는 것이 없다. 지난 추석 연휴, 이천시에는 택시 기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민원이 빗발쳤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하하호호 웃음꽃을 피우며 즐거움을 만끽했을 추석 연휴. 어찌된 영문인지 택시 기사들의 승차 거부에 대한 불만을 담은 제보가잇달았다. 추석 연휴를 전후해서 택시 기사들의 승차 거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20일 이 모씨는 이천터미널 앞에서 택시를 잡았다. 하지만 택시 기사는 목적지가 ‘갈산동 주공아파트’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손을 휘휘 저으며 “이 차는 장거리 차량입니다”라며 승차를 거부당했다.

뿐만이 아니다. 늦은 저녁 회식을 마친 김 씨는 술에 취해 터미널 부근에서 택시를 잡았다. 하지만 그 역시도 목적지가 ‘구시청 앞’이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택시 기사가 “걸어가세요”라며 승차 거부를 당했다.

지난 추석, 일부 택시 기사들이 장거리 손님들만 우대하며 소위 ‘기본요금밖에 안 나오는 곳’을 가려는 손님들은 태우려 하지 않았다. 사실 택시 기사의 승차 거부는 법적인 처벌을 받는 행위다. 승차 거부에 대한 처벌은 택시 기사에 대해 과태료가 발급되거나 경고가 주어지는 등 두 가지로 나뉜다.

그런데도 승차 거부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승차 거부에 대한 신고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뿐더러, 혹 신고가 된다 해도 정황상 승차 거부로 확신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기사들이 이를 시인하지 않으면 이를 입증할 수가 없어 경고가 주어지는 데 그친다. 이것으로 미루어볼 때 택시 기사들이 과태료를 발급받을 가능성은 적다.

실제로 작년 한 해 동안 승차 거부에 대한 신고는 8건이 들어왔으며, 이는 전년 8건과 같다. 또한 그 중에서 과태료를 발급받은 경우는 2008년 7건에 비해 2009년은 2건 줄어든 5건이었다.

해마다 문제가 되고 있는 택시 기사들의 승차 거부. 이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시에서는 “승차거부는 신고인과 기사만이 진실을 알고 있어 기사가 시인하지 않으면 적발이 쉽지 않다”며 “시민의 신고로 심의를 통해 철저히 경고 또는 과태료 조치가 이뤄져야 승차거부를 줄일 수 있다”고 대답할 뿐 이렇다 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여태까지 시가 해왔던 대처와 똑같은 형태다.

오히려 시민 김 모씨가 제시한 대안이 더욱 신뢰가 간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김 모씨는 “시민의 신고보다는 지자체에서 단속반을 꾸려 불법 렌트카 운영과 승차거부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시에 따끔한 충고를 했다.

이번 택시 기사 승차 거부 사건은 시의 안일한 대처가 시민들의 불편을 더욱 가중시킨 사례다. 시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편의 봐주기식 솜방망이 처벌’을 없애도록 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양동민 기자  coa007@2000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