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교육자는 학생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 학생들에게 바른 언행과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교육자가 학생들의 본보기가 되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과연 그에게 제대로 된 것을 배울 수 있을까. 백년대계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의 입에서 욕설과 타인 비하 발언이 밥 먹듯이 나온다는 것은 누가 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주일 전 이천에서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 격'이 일어났다. 지난 주 간담회 자리에서 경기도이천교육지원청 허일 교육장이 무심코 내뱉은 말이 일파만파 이천 전역에 퍼졌다. 소위 '이천교육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그가 자살한 여중생의 비하, 욕설 발언, 특정인 인신공격성 발언 등을 했던 것.

허 교육장의 발언이 알려지기 시작했던 것은 지난 9일. 소문을 들은 여러 단체들은 허 교육장의 이 발언을 도마 위에 올렸다. 특히 이천시학교운영위원협의회(이하 학운위)에서는 긴급회의를 한 끝에 허 교육장의 자진사퇴를 종용하는 성명서를 제출하기까지 했다.

처음 허 교육장은 술은 2~3잔 마셨을 뿐이며 학생을 비하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며 사건을 외면하고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이에 학운위는 도교육청까지 방문해 직위해제를 요구하는 등 그를 더욱 거세게 비난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14일 허 교육장이 공식 사과문을 제출했다. 그러나 교육단체의 화는 쉽사리 누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학생 비하발언, 자살한 여중생에 대한 발언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며 '사건 무마용'이라는 지적을 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로부터 이틀 후인 16일 허 교육장이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물의를 빚었던 점을 시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를 했고, 이어 개최됐던 학교운영위원장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일각에서는 간담회 자리에서 사과를 하던 허 교육장의 눈에서 눈물이 비쳤다는 말도 있었다.

사건이 있은 후 일주일만의 일이었다. 허 교육장은 지난 일주일동안 자신을 향한 거센 비난을 몸소 받아들여야 했고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인정해야 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잘못을 뉘우치기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그는 이제 그날의 눈물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가 항상 그를 감시하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일부 사회단체장들이 직접 나서서 사건을 없었던 일로 하자며 주위 사람들을 설득하고 나섰던 것.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한 편에서는 사회단체장들이 총대를 메고 싶지 않다며 사건을 외면해버렸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지역사회는 그 특성 상 관계자들 간에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경우가 많다. 하물며 이천과 같은 작은 지역은 오죽하랴. 사회단체장들이 이처럼 사건무마에 힘을 쏟는 것은 아무래도 그들 사이에 무슨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여론이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된 것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이것이 만약 ‘관계’ 때문이라면, 그들 역시 비난 받아 마땅하다.

누구나 잘못을 했으면 따끔하게 지적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것을 단순히 나와 얽힌 사람이라서, 내 지인과 친한 사람이라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면 과연 옳은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모두가 함께 생각해보고 뉘우칠 문제다. 그래서 사회지도층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이천저널  icjn@par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