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냉해 피해, 농민들 수심 가득

복숭아의 계절이 왔다. 그런데 어딜 가든 복숭아가 보이고 복숭아의 향이 온 도시를 감싸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향은커녕 복숭아의 모습조차 보기 힘들다. 이게 어찌된 일인고 하니, 올 겨울에서부터 초봄까지 이어져온 추위에 과수들이 모두 냉해를 입었다는 것. 때문에 작년에 비해 복숭아 수확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복숭아 가격이 껑충 뛰었다지만 상품가치가 있는 복숭아는 손에 꼽을 정도기 때문에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일이다. 시에서는 시름에 젖은 농민들을 위해 냉해 피해를 입은 농가에 보상을 해준다고 했지만, 보상은 농민들의 피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농민들은 올해의 수확을 잃었고 잘 재배한 나무들을 잃었으며, 그동안 수고에 대한 보상은커녕 어린 묘목부터 다시 나무들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한창 복숭아를 수확할 때라서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해야 할 복숭아 농가에 검은 구름이 가득 끼었다. [편집자주]

복숭아가 제철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는 농민들의 얼굴이 어둡다. 과거에 비해 복숭아 수확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과수들의 냉해 피해가 심각하다.

냉해는 어느 정도 매년 있어왔지만 올해는 특히 심했다. 겨우내 많은 눈이 온 것과 더불어 꽁꽁 얼어버린 날씨 탓에 눈이 녹지 않았다. 뿌리와 몸통을 감싸고 있는 눈 때문에 나무들이 그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다들 얼어서 죽어버렸다. 어린 나무, 성숙한 나무 할 것 없이 모두가 죽어버린 것이다.

시에서는 냉해를 입은 복숭아 농가에 그만큼 보상을 해주겠다 밝혔지만 역부족이다. 아직 지원이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보상금액도 턱없이 부족하다. 적으면 50만원에서 많으면 300만원이라고 하니, 농민들 입장에서는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소위 말해 '본전'에도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한 해 동안 과수원에 들인 거름, 농약, 농자재, 그리고 품까지. 농민들의 노력이 모두 허공으로 날아갔다. 특히 죽어버린 나무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묘목부터 시작해서 다시 키우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기엔 너무 오래 걸린다. 장호원읍 선읍1리 김연만 이장(54)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선읍1리 마을회관 앞에 자리하고 있는 김 이장의 과수원에는 총 450주의 과수가 있지만, 올해 열매를 맺은 나무는 쉬이 찾아보기가 힘들다. 심각했던 냉해 피해가 김 이장의 과수원도 피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250주는 이번 냉해로 얼어 죽었고 150주는 꽃이 피지 않았으며, 나머지 100주만이 간신히 열매를 조금 맺었다. 그것을 뼛속으로 느끼는 사람은 바로 김 이장이다. 아이 돌보듯 애지중지 키워온 과수들이기 때문에 죽어버린 나무를 바라볼 때는 더욱 마음이 아프다.

100주만이 살아남았다는 것은 금세 느낄 수 있었다. 작년까지는 복숭아 열매가 맺힐 때 싸는 봉지를 10만장 씌웠는데, 올해는 2만장밖에 씌우지 못했다. 그나마 씌운 봉지도 열매가 채 다 자라기도 전에 떨어져 무용지물이 돼 버린 경우가 많다. 냉해로 인한 피해로 나무에 힘이 없어 열매를 지탱하고 있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김 이장은 “작년에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15일 동안 꼬박 (복숭아를) 땄다. 복숭아 수확기간에는 과수원 외에 다른 곳을 갈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는 두어번 따니까 딸 게 없다. 작년보다 10일쯤 늦게 따기 시작했는데 똑같이 끝난 셈이다. 결국 농사는 하늘의 영향인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일이 이렇게 되니 김 이장의 손해도 막심하다. 작년대비 80%의 손해를 본 셈이다. 비록 열매를 맺은 나무는 100주밖에 안 되지만, 나머지 350주에도 거름이나 농약 등 품은 다 들어갔기 때문이다.

김 이장의 머릿속에는 걱정이 한 가득이다. 과수들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 빌렸던 농자재의 값을 갚을 때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바로 나무들. 처음에는 100주라도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는 열매를 맺은 100주도 그다지 달갑지 않다.

올해 꽃이 핀 나무들은 냉해 때문에 죽어버린 나무들과 마찬가지로 내년에 다 죽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생물학적으로 죽을 때가 된 나무들이 마지막 종족보존을 위해 꽃을 피운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꽃이 핀 나무들이 고맙고 반가웠지만, 사실을 알고 난 이후에는 꽃이 핀 나무들이 야속하기까지 하다.

열매가 맺힌 나무를 바라보는 김 이장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태풍에 의해 열매가 떨어지거나 훼손된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지금처럼 나무 자체가 죽어버린다면 어찌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죽은 나무를 대신할 다른 나무를 키우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적어도 5년은 기다려야 하며, 묘목을 사다가 다시 키우는 일이란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 염려가 되는 건 앞으로의 일. 기후가 점점 변해감에 따라 냉해는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라고 전망된다. 때문에 묘목을 심어서 아무리 잘 키운들 냉해로 또 다시 죽어버린다면 의미가 없다.

김 이장의 머릿속에서는 걱정과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 김 이장이 가장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오는 9월 중순에 있을 장호원햇사레복숭아축제. 작년에는 복숭아축제가 신종플루 때문에 취소됐지만, 그 덕에 올해는 아무리 사정이 안 좋아도 무조건 열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이장은 “복숭아축제가 열릴 즈음이면 황도가 맺힐 것. 그런데 태풍이 앞으로도 두어번 더 있을 것 같은데 걱정”이라며, 과수원 한 쪽에 자리하고 있는 황도 나무를 애정과 걱정이 함께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그로 인한 피해가 우리 주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들을 위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그냥 복숭아축제를 한 번씩 들러보는 것도 유난히도 힘들었던 올해를 잘 이겨내고 있는 농민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한송이 기자(uh0703@naver.com)

“햇살 가득한 햇사레복숭아축제”

장호원읍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복숭아축제가 열린다. 작년에는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축제가 취소어 올해 축제는 특히 사람들의 기대가 더욱 크다.

장호원복숭아축제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경기동부과수농협이 주관한 햇사레복숭아축제는 올해로 14회째를 맞이했으며, 오는 9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축제는 장호원 레포츠공원 내 햇사레 농산물유통센터에서 즐길 수 있다.

햇사레복숭아축제는 오래 기다렸던 만큼 다채로운 행사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우선 첫 날인 17일 오전, 복숭아축제 기념 초·중·고생 백일장 및 사생대회가 시작된다. 백일장이 끝나면 대학 응원단 식전공연을 열어 방문객들의 흥을 돋운 후 성화 봉송 및 개막식으로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성화 봉송과 개막식으로 축제의 화려한 서막을 연 복숭아축제는 첫날 복숭아 화채퍼포먼스, 개막 축하공연, 라디오 특집 공개방송, 복숭아축제 기념 영화상영 등이 진행되며, 이것이 끝나면 첫 날의 행사가 마무리된다.

둘째 날에는 복숭아 내방객 게임, 1社 1村한마음 전진대회, 내방객 복숭아 빨리먹기 게임, 청소년 가요제, 복숭아축제 기념 영화상영 등이 진행된다.

또한 축제의 마지막 날인 셋째 날은 이천시 햇사레복숭아축제 마라톤대회, 장호원 사회단체행사, 경품추천, 장호원 복숭아축제 기념 도전! 시민노래자랑, 폐막식 및 불꽃놀이 등이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특히 축제의 마지막 날인 19일은 제3회 햇사레 복숭아 배 족구대회가 장호원테마공원 인조잔디구장에서 치러져 시민들의 기대가 한껏 올라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메인 행사와 더불어 부대행사로는 복숭아 품평회를 비롯하여 먹거리 장터, 복숭아 직판장, 떡메치기 시연, 팔씨름대회, 복숭아수확체험행사, 페이스페인팅&부채만들기 체험행사, 장호원 사랑 사진전 등 많은 것이 준비돼 있다.

2008년부터 2년을 기다려 온 햇사레복숭아축제. 오랜만에 열리는 축제에 잔뜩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에 부응하기 위해, 그리고 요즘 냉해 피해 때문에 울상인 농민들의 심정을 달래주기 위해 햇사레장호원복숭아축제는 여러 가지 행사를 마련하여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소통의 장(場)을 마련했다.

한송이 기자(uh0703@naver.com)
이천저널  icjn@par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