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수가 100만 명을 오르내리는 시점인 지난 2월 1일자를 기하여, 『일자리에 관한한 원스톱 통합서비스를 지향 한다』는 목표아래 ‘경기일자리센터’가 설치되었다. 허브센터인 도 센터를 위시하여 31개 시·군에 센터가 설치되어 3개월이 지난 현재 7,000여명의 구직자를 취업시키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실적은 센터 업무 담당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기인한 점도 크지만, 그 사이 국내 경제상황이 호전된 것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흔히 고용시장은 경제 상황의 후행 지표적 성향을 보인다. 따라서 현재의 경기호조에 힘입어 당분간은 고용시장에도 훈풍이 일 것으로 전망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을 낙관만 할 수 없는 측면이 있어 불안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필자가 일자리센터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끼는 점은 경제 상황과는 관계없이 인력수급에 있어 심한 불균형이 존재하며, 구직난에 못지않게 중소기업이 겪는 구인난이 심각한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면 ‘구직난 속의 구인난’은 무엇이 문제인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근원적이고도 큰 원인은 컴퓨터에 의한 업무의 전산화와 계량화에 있을 것이다. 컴퓨터는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괜찮은 일자리부터 잠식했다. 반면에 컴퓨터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괜찮은 일자리를 잠식해 가는 사이, 우리 사회의 대학 진학률은 30%대에서 80%를 훨씬 상회하는 고학력화가 급격히 이루어졌다. 청년실업률이 심각한 이유다. 최근의 통계청 자료를 보더라도 일반 실업률이 4.1%인데 비하여 청년 실업률은 9%에 이른다.

통계수치와 관계없이 실제로 청년층이 느끼는 피로감은 훨씬 심각하고 구조적이다. 피로감을 느끼기는 노년층도 마찬가지다. 옛날 같으면 이미 일선에서 물러났을 연령대가 일자리를 찾아 고용시장에 적극 발을 들여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와 맞물려 있다. 괜찮은 일자리만을 찾기는 노년층도 예외가 아니다.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른 의식구조의 변화, 즉 힘든 일은 기피하고 편안한 일만을 추구하는 세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구직난 속의 구인난’ 현상을 야기하는 핵심 키워드는 컴퓨터, 고학력화, 고령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노동부의 고용지원센터도 마찬가지지만 경기도와 시군의 일자리센터를 찾는 주 고객은 고령자가 주류를 이룬다. 특히, 일자리센터를 찾는 젊은층은 ‘가뭄에 콩 나듯이’라는 표현마저도 과할 정도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젊은 구직자를 애타게 찾는 일자리는 너무나도 많다. 그렇다면 결론은 자명해진다. 구직자들에게는 야속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또 하나 국가적으로는 구직자들의 취업 기피요인을 제거해 주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취업을 결정짓는 큰 요소인 보수와 근무환경 중에서 보수는 어찌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근무환경 만큼은 국가적 차원에서 개선해 주는 조치가 필요하다.

지방은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수도권의 많은 구직자들이 교통문제를 취업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교통인접성이 떨어지는 곳에 위치한 기업들이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16~35인승 승합차를 구입하여 통근차량으로 제공하고, 직원수를 늘린 기업에 최고 5,000만원을 무료로 지원하는 ‘중소기업고용환경개선지원금’사업은 확대 시행이 필요하다. 유사한 사업은 확대하되 불요불급한 각종 지원금·장려금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기일자리센터 희망일자리팀장

이병문
이천저널  icjn@par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