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 동아일보에서 고 김대중 前 대통령은 “의약분업은 문제가 없다는 말만 믿고, 분업을 실시했지만 준비가 부족했음을 느낀다.”라고 했다.

2006년에는 의약분업(조제위임제도)을 주도적으로 시행한 차흥봉 前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약분업은 불편한 제도이며, 현재 그런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면 성공한 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0년 6월 최근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사협회 회장과의 만남에서 10년의 의약분업을 평가하겠다고 했으나 보건복지부 김충환 의약품정책 과장은 “의약분업 평가의 편익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라고 의약분업에 대한 평가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의약분업의 근본 취지는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고 보험재정을 절감하며 임의조제를 금지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값싸고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국민들에게 공급하자는데 있었다. 의료계에서는 이와 같은 의약분업의 근본 취지는 공감했다. 그러나 현재 의약분업은 의사의 조제권을 박탈함과 동시에 약사들의 임의조제를 방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보험재정의 파탄이 명약관화하여 국민이 내야하는 보험료의 부담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일부 정책입안자들에 의해 강행된 준비 안된 의약분업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로 하여금 약을 타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녀야 하는 수고를 감내하게 만들었다. 또한 진료비 보다 비싼 약제비를 고착화하여 고비용 저효율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2000년 의약분업이 시작될 당시, 사상 초유의 의료대란이 일어났다. 복지부는 돈이 적게 들고 편리한 제도라고 선전하며 현재의 의약분업을 밀어붙였지만 그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길 주저하고 있다.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지금 의약분업은 어떤 결과를 초래했을까? 의약분업 10년이 지난 지금 의약분업 취지에 맞는 목표에 얼마나 접근했을까? 의약품의 오남용 문제와 임의조제 금지는 사실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약국에서 감기약 복통약을 복용하고 내원하는 환자들의 수를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거니와 통계수치 상 약제의 오남용 빈도는 별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약품의 사용량은 더 늘었다. 의약품 오남용 방지와 임의조제 금지의 성과는 매우 실망적이다.

과연 의약분업 후에 건강보험의 재정 지출은 어떨까? 의약분업 후 가장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가 병원 진료비보다 약값으로 내는 돈이 더 많다는 것이다.

과거 의약분업 전에는 조제료라는 것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의약분업이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조제비가 책정됐다. 약값을 상회하는 조제료, 의원 진료비를 상회하는 조제료와 약값은 보험재정을 갉아 먹는 주범이 된지 오래다.

조제료도 조제료이거니와 약값이 차지하는 보험재정지출 비율이 전체 보험재정이 30%에 육박한다.

쉽게 이해하려면 병원에 내는 돈과 약국에 내는 돈을 비교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진료를 받는 비용부담은 적은데 반해 약값이나 조제료로 지불하는 돈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높은 복제약의 값이다. 진료수가는 낮은 반면 정부에서 약값을 생산비용보다 훨씬 높게 책정해준다. 진찰료만으로 운영되는 의원은 현재와 같은 의약분업 하에서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의원과는 반대로 의약분업 후에 우리나라의 유수한 제약회사는 복제약(오리지날약의 특허기간이 만료되면 저가약의 복제약 생산이 가능하다)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미국의 경우 복제약은 오리지날 약의 16% 안팎의 판매 약가를 받는 반면 우리나라는 복제약값이 오리지날 약값의 80%를 받거나 오히려 오리지날 약보다 더 비싼 가격을 받아낸다.

따라서 약값으로 지불하는 비용이 병원 진찰료와 비교가 안되게 높은 것이다.

즉 정부는 제약회사에게 값싼 원료로 복제약을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도록 의약분업을 통해 보장해 준 것이다. 따라서 신약 개발할 동인이 없다. 그 결과 2007년도까지 우리나라에서 만든 국내 신약은 20개도 채 안된다.

우리나라 제약사들 대부분이 의약분업 10년 동안 복제약을 만들어 복지부로부터 비싼 약값을 인정받고 환자들에게는 높은 가격을 부담하게 했다. 이에 따른 건강보험료는 자연히 상승하게 됐고 이런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를 고착화시킨 것이 바로 의약분업이다. 의약분업을 통해 고도의 성장을 이룩한 제약회사는 엄청난 이익을 신약 개발에 재투자하지 못했다. 복제약으로는 오리지날약에 대항할 수 없었기에 영업 전략으로 처방권자인 의사에게 판촉비를 지출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제약회사들에게 높은 복제약값을 보장해주고 약사들에게는 높은 조제료를 인정해주면서 의사들에게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진료비를 강제한 것이다. 취약한 의원의 재정을 알고 있는 제약회사는 높은 복제약값으로 인한 폭리를 이용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원에 처방을 의뢰하게 됐다.

정부는 진찰료를 현실화하고 약값을 대폭 인하해야 한다.

의약분업은 환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의사와 의료를 죽이고 대기업화한 제약업계를 살리는 제도로 변질됐다.

이렇듯 진료비는 싸게, 약값은 비싸게 만들어 놓은 장본인은 바로 정부다. 환자와 의료 자체에 대한 지출을 가능한 한 억제하면서 제약업계의 글로벌화만을 외치고 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복지부의 관계자는 이런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의약분업을 평가하는 것 자체에도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의약분업은 약값과 조제료에 대한 과도한 지출로 재정 파탄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매년 증가하는 보험료는 제약회사와 약국으로 불필요하게 흘러들어가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보험재정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실패한 지난 10년간의 의약분업을 재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제약회사와 약국을 위한 의약분업이 아닌 진정 환자와 의료를 위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천저널  icjn@par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