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사전 각본대로였다. 이천시의회 의장선거 결과를 놓고 하는 얘기다. 초선의 김인영 의원이 재선급 의원 3명을 가뿐하게 물리치고 이천시의회 전반기 의장에 당선됐다.

한나라당 소속인 그는 방망이 한번 들어 본적 없는 신출내기 의원이다. 그런 그가 입성한지 이틀 만에 민의의 최고 대변기관인 이천시의회 수장자리에 오른 것이다.

마을 이장을 사퇴한지 5일 만에 이뤄진 일이기도 하다. 이정도면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경력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김 의장의 당선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그는 선거가 있기 한참 전부터 신임의장에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부의장에 당선된 이광희 의원도 이미 내정돼 있다시피 했다.

이천시의원 정족수는 모두 9명. 이중 7명의 의원이 한나라당 소속이란 것을 감안하면 그러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래서일까. 일각에선 정당차원에서 교통정리를 해준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방의회가 정당의 입김에 좌지우지 돼서는 배가 산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어찌됐건 시의원들의 손에 의해 뽑혀진 만큼 그들의 당선을 두고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초선의원이 의장이 된 것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의회는 집행부를 견제·감시하는 아주 중요한 기관인데, 초선의원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혹시 허수아비 노릇은 하지 않을까? 기본적인 회의 진행법은 알고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걱정이라 하겠다. 김인영 의장은 이 같은 여론을 가슴깊이 받아들이고 시민들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도록 재선의원 못지않은 의정활동을 펼쳐야한다.

취임사를 통해 언급했던 ‘투명한 의회, 시민의 행복과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의회, 이천시의 미래를 준비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의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열과 성을 다해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수다. 의회사무국 직원으로부터 과외를 받는 것도 무방하다. 한 기관을 이끄는 수장은 일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것 봐 초선이 뭘 할 줄 알겠어? 그러면 그렇지…”라는 핀잔을 듣지 않으려면 말이다.

아울러 김 의장은 5일 예정된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이천시의회와 이천시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데 앞장서야할 책무가 있다.

항간에는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한나라당에서 싹쓸이 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그래선 의회 화합 기대하기 힘들다.

민선5대 출발부터 삐걱거릴지도 모른다. 지금의 의원들은 선배겪인 제4대 의회가 그토록 강조한 의회 화합을 이루지 못했던 것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자칫 과도한 자리욕심은 의회 파행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게다가 시 의회의 주요 기능은 시에 대한 감시 및 견제인데 한 정당으로만 구성된다면 민생보다는 당략을 먼저 생각한다는 여론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

시민들은 의회 균형차원에서 고른 분배를 원하고 있다.

시민들이 의원들에게 항변하는 말이다. 의원님들, 이제 더 이상 각본대로 춤추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언제까지 입으로만 정치개혁을 외칠 것입니까.

시의회가 개원도 하기 전에 수적 우세를 믿고 의장단을 미리 구성하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걸 왜 모르십니까.

의원님들, 차라리 이번 주말 모두들 한자리에 모여 고른 분배를 위한 기막힌 각본을 짜 보는 건 어떠실런지요?

양동민 기자 (coa007@hanmail.net)
양동민 기자  coa007@2000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