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고 지고 달이 차면 기울듯이 자연이 주는 오묘함은 한치의 어긋남이 없이 순서대로 다가왔다 다가온대로 사라진다. 불가사의한 우주속의 자연은 과학자들의 부단한 연구 노력 끝에 신비의 베일을 많이 벗겨낸 셈이다. 동물의 세계 식물의 세계 바다 밑의 세계, 화산의 생성과 소멸 과정으로 이루어진 지각 변동, 대륙과 대륙이 충돌하여 솟아오른 거대한 산맥들… 우리가 모르고 있는 현상들이 더 많은 이 세상을 사람들이 주인행세하며 마구 부리고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깊이 생각하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부처란 깨달은 사람(Buddha 붓다)이란 뜻이다. 깨달은 사람은 모두 부처가 될 수 있다. 가령 철수가 이세상의 오묘한 이치를 확실히 알고 깨달았다면 ‘철수 부처’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2600년전 과연 석가모니 부처님은 무엇을 깨달았을까? 지금도 ‘깨달음’을 대화 속에 많이 꺼내 놓는데 몰랐던것을 알았을 때 ‘깨달았다’라고 표현하는 수가 더 많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남자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하고 탄식과 항의조로 뒤돌아서서 사라지는 변심한 여자에게 넋두리하는 장면이 나온다.요즘은 한층 더 보완해서 “사랑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변하는거야”라는 노래도 나왔다. 아마도 사랑의 대한 깨달음을 한단계 높인 예가 아닌가 싶다.

▲부처님의 깨달음은 중도(中道)에 있다. “깨달음이란 고행과 쾌락에 있지 않다. 그 양변을 뛰어 넘은 초월된 자리에 있는 것이지 죽음 직전까지 참고 견디어봐도 온갖 편안함과 희열을 맛 보는데도 있지 않다”고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49일간 명상을 마치신 후 하신 첫 말씀이 바로 ‘중도의 법문’이다. 중도의 법문이란 인연법(因緣法)이라고도 하고 12연기(緣起)라고도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사바(娑婆)세계 또는 감인(堪忍)세계라고도 하는데 이 말은 끝없이 나쁜짓을 하면서도 그런 세계에서 벗어나려는 생각이 없으므로 자연히 중생들 사이에서 ‘참고 견디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란 뜻이다.

악이 있으면 선이 있고,많고 크면 적고 작은것이 있다.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갈라 놓고 대립 시켜 싸워 이기지 않으면 살아 남기 힘든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마침 지방선거가 치뤄지고 있는 요즘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하나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몇사람들이 싸워야 한다. 그중 한사람은 승리의 기쁨을 맛보며 승리자로 군림하게될 것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패배자의 자리에서 회한의 눈물과 적개심에 불타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런 모습을 보시면 지금 뭐라 말씀 하셨을까? “남의 탓도 하지 말고, 남을 원망 하지도 말며 모든 것은 내가 짓고 내가 받는것(自作自受)이니라!”하고 인연법에 대해 말씀하셨을 것이다. 아이들도 잘 알고 있는 속담처럼 쓰이고 있는 “콩 심은데 콩 나고,팥 심은데 팥 난다”는 간단하면서도 쉬운 말을 알면서도 모르고 사는것, 개 한마리가 모양만 보고 짖으면 개 백마리가 그 소리만 듣고 짖어대는 이것이 바로 중생들의 삶인 것이다. 부처님의 깨달음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이 세상은 고통으로 쌓여있다.그 고통의 원인은 대상을 집착하는데 있다. 원인을 알았으니 소멸하는 방법이 있다. 그 여덟개의 방법이 8정도이다”라는 사성제(四聖제)와 “모든 것은 연이어 일어나고 연이어 소멸한다”는 12단계의 연기와 “모든 것은 머무르지 않고 변해간다. 나라고 할 수 있는 실체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므로 괴로운 것이다”라는 3법인(三法印)이 그것이다. 이것은 소위 초기법문으로 불교의 핵심교리이다. 그후 여러나라로 불교가 전파되면서 종파로 갈라졌으나 어떤나라의 불교라도 근간을 이루고 있는 주춧돌은 위의 내용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첫머리에 언급한 나타난 모든 현상은 모였다가 흩어지고, 흩어졌다가 모이면서 시시각각 변해 간다. 어떤 현상도 다른 현상과 서로 의존하지 않고는 완전히 ‘독립된 실체’로 존재하는 것은 어느것도 없다고 보는 것이다. 또 격심한 추위나 더위, 갈증의 상태는 본디 괴로운 것이다. 모든 것은 흘러가고 모든 것은 그대로 있지 않고 옮겨감으로 괴로움 속에 흐느끼고 있는 것이다. 풍족한 삶이 어느새 몰락하는 비애를 맛보고 활짝 피었던 꽃도 이윽고 지고마는 것처럼 즐거움에만 집착했던 까닭에 그것이 파괴될 때 찾아오는 괴로움을 참을 길이 막연하고야 만다.

▲똥 묻은 돼지가 겨 묻은 돼지에게 손가락질하며 놀려대고 비아냥 거린다. 오십보 도망가나 백보 도망가나 위험에 처해있긴 마찬가지다. 이런 좁은 시야와 좁은 소견으로 티격태격해 봤자 도토리 키재기다. 영원한 사랑도 없고 영원한 배신도 없이 그저 인연따라 이리저리 옮겨다닐 뿐인 이세상에서 이세상을 그나마 정화시켜 주고 질서와 인간임을 깨우쳐줄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일러주시는 분이 계시다는 게 고맙고 다행한 일이라고 여겨야 된다. 2600년 전에 오신 석가모니 부처님이 바로 그 분이시고 그 분에게감사한 마음으로 경배 드린다. 부처님 오신 날에…
이천저널  icjn@par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