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의 막이 올랐다. 저마다 자신이 ‘일꾼’이라며 표밭을 누비고 있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선거운동원들의 발걸음도 후보 못지않게 분주해 보인다. 정책토론회에서는 후보자 간 뜨거운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유세차량도 쉴 새 없이 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드디어 예비후보 딱지를 떼고 13일 간의 혈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어떠할까. 이천시가지의 민심을 살펴봤다.

“사실 선거에 별로 관심 없다. 알다시피 먹고살기 바쁘지 않은가. 그래도 투표를 한다면 이번 선거만큼은 반드시 인물부터 보고 뽑겠다.”

이천의 ‘정치 일번지’ 터미널 앞 복개도로에서 만난 택시기사에게 “6.2지방선거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는 묻는 질문에 덧붙여 “인물을 보고 뽑겠다”는 후보자 선택기준도 강조했다.

관고동 재래시장에서 야채를 파는 김금례(가명·79) 할머니는 “정치인들이 엄청 많이 왔다 갔어. 이것 봐 명함도 많이 받았잖아. 근데 누가 누구인지 잘 몰라. 장사해야 되니까 얼른 가”라고 말했다.

바로 옆에서 야채를 파는 할머니는 “선거 때만 되면 와서 찍어달라고 난리들인데, 아주 못 마땅해. 우린 투표 안 할 거야. 우리같이 없는 사람들은 선거에 신경 안 쓰고 싶어”라며 냉랭한 민심을 전했다.

이러한 민심 때문일까. 관고시장 주변 길바닥에는 여러 후보들의 명함이 널브러져 있었다. 주로 젊은 층이나 일부 시민들이 후보들의 명함을 아예 받지 않거나 받는 즉시 내 버리고 있는 탓이다.

밑바닥 표심이 ‘나는 관심 없다’로 전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지역을 이끌 일꾼을 뽑는 중요한 선거인데 왜 관심이 없는 걸까. 이 부분에 대한 일정부분의 해답을 한 음식점 주인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지역을 위해 쓴 소리 잘하는 정치인이 거의 없어. 다들 아부하느라 바빴겠지 뭐. 그런 걸 잘해야 공천도 받고 당선도 된다고 하니까 별 수 있겠어”라며 ‘정치인 불신’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이는 각 정당의 공천후유증이 바닥민심에 적지 않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이 있다면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주변 상황 보다는 ‘인물에 무게를 더 두겠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는 것.

중리동의 한 음식점 주인은 “요즘 여론이 장난이 아니었어. 당 공천문제 때문에 상당히 시끄러웠는데, 이제 유세가 시작됐으니까 잠잠해 지겠지. 그랬건 저랬건 나는 절대로 간판(정당)만 보고 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성당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기사는 “학연·지연을 고려해 투표하는 건 옳지 않다. 진정으로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할 일꾼을 택해야 한다. 이제 이천도 그러한 풍토가 자리 잡혔으면 한다”고 일꾼론을 강조했다.

이와 같이 검증된 사람을 선출하겠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정당이나 학연·지연 등에 얽매였던 지난 선거 때와 달리 이번선거에서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적임자가 누구냐’고 추천을 부탁하는 시민도 있었다.

“거창한 공약을 남발하기보다 안정적으로 시정을 운영할 수 있는 시장, 주민의 입장에서 진정한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는 시의원이 저는 마음에 들어요. 누구일까요. 그런 사람 있으면 추천 좀 해주세요.”

안흥동 커피숍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기자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지역발전을 위해 제대로 일할 사람을 선택하겠다는 것은 너무도 정확한 지적이다.

그러나 투표일이 고작 열흘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후보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도 모르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흥미 없다”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 “투표하고 싶지 않다” “다 그놈이 그놈이다” “좋은 사람 있으면 찍겠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13일간의 혈전이 시작된 20일 오후 이천의 바닥민심은 이렇듯 싸늘했다.
이백상 기자 (sm38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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