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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집

이천저널l승인2017.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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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안쪽에서 묵언 수행을 시작했던 날이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다

머리를 쥐어 박히며 점점 졸아들던 모가지가 언제 틀어질지 몰라 잔뜩 힘을 주었던 그날,

무엇이 그렇게 정수리를 후려치는지 올려다보지도 못한 채 발끝에서 끓어오르는 울림이 깊어질수록

잉태되지 않았던 공간 하나가 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피고 지는 일들은 이제 담장 밖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라고,

벽이거나 울타리의 일부가 되면서 내 몸에도 향이 벨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갈 즈음

저릿저릿했던 하체는 운명의 공간에 행적이 들렸다 갈 때마다 세월을 잊은 듯 형체를 잊은 듯

초연하게 감각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웠다

그렇게 내안에 잡아두었던 예민함이 망상의 날개를 머리끝으로 밀어 올리는 동안

상체에는 붉은 비늘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어느 날부턴가 안과 밖의 구심점이었던 허리에선 얕은 신음이 흘러나와 배꼽 주변을 서성거렸다

소리를 따라 내려온 고개가 한 없이 버겁게만 느껴지던 어느 날

‘뗑그렁’ 나비 한 마리 날아올랐다

시간으로부터 분리되는 순간 단절된 기억 저편에선 나비의 집이 지어지고 있었다

 

손월빈(이천시 부발읍)
시인. 수필·소설가
한국작가회의 회원
광주 너른고을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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