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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가 익을 때까지는

이천저널l승인2017.07.12l수정2017.07.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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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형근
전) 경기도기획조정실장

맞벌이로 어쩔 수 없이 고령의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신 분의 이야기다.

어머니가 수시로 “내가 아무래도 이번 주를 못 넘길 것 같다”고 하시는 바람에 온 가족이 매주 요양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가족을 보고 싶은 어머니의 핑계지만 안 갈 수 없었다. 그런데 요양원에 조그마한 텃밭이 만들어지고 나니 달라졌다.

“내가 공들여 키운 토마토가 잘 익어 먹을 때까지는 살아 있을 테니 안와도 좋다”는 말씀이다.

텃밭이 생기자 움직일 수 있는 노인 분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해가 뜨면 일제히 밭으로 나가 풀도 뽑고 벌레도 잡아준다. 싹이 트고 열매가 익어가는 것에 삶의 의지를 느끼는 것이다. 요양원 텃밭은 치유, 반려농업이다.

용인 기흥 삼성SDI는 회사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임직원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텃밭을 만들었다. 작물을 재배하며 사무실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눈다. 수확물로 지역 저소득층을 위한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도 한다. 사내 어린이집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하는 것은 덤이다. 회사 텃밭은 소통, 공헌, 체험농업이다.

광주의 광수중학교 교장선생님 말을 빌려보자. 학교폭력에 가담한 학생에게 벌로서 학교 텃밭의 풀을 뽑고, 벌레를 잡으며, 열매를 수확하도록 했더니 그 어떤 벌칙과 훈화보다도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학교 텃밭은 교육, 정서농업이 된다.

용인 서천 휴먼시아아파트 주민들은 관리실 옆에 상추, 쑥갓, 오이, 고추 등을 심어서 방학기간 동안 맞벌이 부부 자녀들의 점심식사를 제공하였다. 그래도 양이 남자 아파트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었다. 어느 날은 전을 부치고 음식을 장만하여 한마당 큰잔치도 베풀었다. 모두에게 훈훈한 정과 공동체 의식을 부여한 아파트 텃밭은 공동체, 사회관계형 농업이 된다.

농업의 본질적인 기능이 ‘식량증산’이나 ‘안전한 먹거리 생산’이라는 데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이른바 ‘생산농업’, ‘먹거리농업’이다.

더 많은 생산량과 더 높은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 노동, 토지, 자본의 집약화가 필요했다. 고가의 농기계를 갖추고 수시로 농약도 뿌려야 했다. 정책당국은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고, 농민에게 적정소득도 보전해 주어야 했다. 생산하는 농민이나 정책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이나 힘들고 고된 여정이다.

그러나 생산농업, 먹거리 농업에서 한걸음 나가면 농업은 우리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

자투리땅으로도 충분하다. 옥상도 좋고 상자나 화분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제 농업이 우리의 삶과 주변을 풍요롭게 하고 도시의 멋을 디자인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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