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형근 경기농심품유통진흥원장

아프리카 세렝게티 대평원에 건기가 시작되면 누우떼(Wildbeast)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150만 마리의 누우떼가 물과 풀을 찾아 800여km를 이동한다. 사자, 치타, 하이에나의 공격을 받고 사나운 물살이 용트림하는 강을 건넌다.

수만 마리 누우떼가
강을 건너기 위해 강둑에 모여섰다
강에는 굶주린 악어떼가
                 누우들이 물에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화면에서 보았다
                 발굽으로 강둑을 차던 몇 마리 누우가
                 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를 향해 강물에 몸을 담그는 것을

                 (복효근詩,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첫 번째 누우가 강물에 뛰어든다. 두 번째, 세 번째 누우도 강물에, 아니 악어의 입을 향해 뛰어든다. 살점이 튀고 핏빛 장관이 연출된다. 포식한 악어가 드디어 입을 닫는다. 수많은 누우가 강을 건너게 되고 생명의 대지는 열린다.

너와 내가 함께 몸담고 있는 인간 세상을 돌아보자. 우리가 ‘추위와 배고픔’을 해결하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 ‘다음 세대에 전달할 수 있기’까지 수많은 누우의 희생이 있었다. 가족 중에 있었고, 친구 중에 있었고, 만나보지 못한 사람 중에 있었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희생에 빚진 목숨이다.

물어보고 싶다.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애통했는가. 공평하고 정당한 평가를 했는가. 합당한 예우(禮遇)를 했는가. ‘그러게 왜 그런 무모한 짓을 벌였니’하며 오히려 한숨과 비아냥으로 퉁치지는 않았는가.

악어를 향해 강물에 뛰어드는 누우가 있어야 생명의 대지로 나갈 수 있다. 동물도 인간도 가족을 위해, 무리를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을 한다. 동물과 인간은 바로 이 지점까지 서로의 길을 같이 한다. 그러나 ‘희생을 기억’하고 ‘공평하고 정당하게 평가’하고 ‘합당한 예우(禮遇)를 했는가’에 따라 서로의 길을 달리한다.

동물은 “동물의 길”을 가고 인간은 “인간의 길”을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