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시간 메우려 시작한 ‘화훼농사’… 지금은 본업 수준
동네 어르신들 “요즘 젊은이들, 부지런한 정씨 본받아야”

이천에서 조경사업을 하던 정훈만(55)씨는 2013년도부터 화훼농사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평소 시간적 여유가 많았던 정씨는 틈나는 시간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화훼농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농사일은 정년이 없는지라 도전해서 나쁠 게 전혀 없다는 생각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후 정씨는 화훼농사를 하는 그의 兄으로부터 조금씩 농사일을 배워나갔다. 갈산동 복하 2교 인근에 자리한 그의 화훼단지는 비닐하우스 6개동 3,300㎡ 규모로 아담한 편이었다.

정씨는 이곳에서 석죽과 아게라덤, 라이스 플라워, 해바라기 등의 꽃을 재배하고 있다. 화훼와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4년째를 맞는다. 28일 방문한 정씨의 화훼사업장에는 패랭이꽃으로 불리는 석죽 수확이 한창이었다.

수확에 이어 예쁘게 손질된 석죽은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화훼공판장으로 납품되고 있다. 정씨는 “석죽은 키우는 과정을 좋아합니다. 무럭무럭 자라는 석죽을 보면 근심 걱정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석죽은 9월에 심어 그해 11월말부터 이듬해 5월까지 수확한다. 요즘 같이 봄철은 석죽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 농사는 기술력에 따라 수확이 천차만별이지만 정씨의 경우 조경사업을 하면서 꽃과 나무를 다뤄본 경험이 있기에 화훼농사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정씨는 석죽 이외에도 화훼시장 흐름에 따라 아게라덤이나 라이스 플라워 등 다양한 꽃을 경작, 해마다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틈나는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시작된 그의 화훼농사는 든든한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씨는 현재 화훼농사 말고도 조경사업과 편의점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른바 ‘쓰리잡’ 성공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결코 해낼 수 없다는 게 정씨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정씨 농가를 방문한 한 어르신은 “정씨는 참 부지런하고 어른들한테도 예의가 발라서 우리가 늘 사랑방처럼 이곳에 모여서 맛있는 것도 해먹고 일도 도와주고 있다”며 “요즘 젊은이들이 정씨처럼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본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된 경기침체와 김영란법 시행 영향으로 꽃 소비가 부진해지면서 화훼 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정씨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듯 주어진 현실 속에서 더 열심히 일로써 승부한다는 것이 그의 각오다.

정씨의 진솔한 각오는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뿐 아니라 실의에 빠진 기성세대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동네 주민들과 후덕한 인심을 바탕으로 한 활발한 소통으로 웃음꽃이 끊이지 않는 정씨의 화훼사업장.

진분홍색으로 가득한 석죽의 향기와 함께 50대 농부의 열정의 꽃이 자신감이라는 튼튼한 줄기와 함께 환하게 피어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