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주 시인.독서논술지도사 꿈나라서점 대표

시란 무엇인가? 함축적인 운율을 통한 압축적인 언어 예술이다. 시인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 대한 모티브와 더불어 삶의 경험들을 축척해 함축적이고 압축적인 글을 시로 나타낸다. 시인은 눈물을 표현하는 능력이 있고 세태를 풍자하고 그 시대를 조합해 글로 나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문학의 흐름을 누구보다도 냉철하게 직관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시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인 기형도가 그러했다. 현행 교과서에 나오는 여러 작품들을 보면 기형도 시인의 삶과 문학을 이해할 수 있다. 자연을 그리고 어릴 적 추억들을 벗 삼아 살아 온 시인에게 가족의 모습과 시대의 흐름은 어쩌면 시가 탄생하는 모티브가 되었다.

기형도 시인은 1960년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도에서 태어났다. 3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나 불우하고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학창시절 성적은 최상위권이었고 그에게 늘 도움이 되었던 친구는 ‘독서’라고 한다. 시대적인 고찰이 뛰어난 점도 독서와 무관하지 않다. 연세대학을 졸업하는 그 시점까지 그에게 문학은 곧 인생이었다. 매일 습작은 물론 시를 통해 배우고 <연세 문학회>에 가입하여 활동하면서 습작과 시작을 병행했다.

기형도 시인은 유고 시인이다. 짧은 생애를 살았다. 29세라는 짧은 그의 인생에 있어 시는 전부였다. 기형도 시인을 일컬어 문학인들은 천재시인이라고 부른다. 어색하지 않은 그의 호칭에 박수를 보낸다. 그는 1930년대 천재 시인 이상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

이상도 27세라는 나이로 일찍 생을 마감했지만 놀라운 문학세계를 선보였다. 당시에는 인정을 못 받았지만, 요절시인으로 사후에 재조명 되었다. 초현실주의로 시를 이끌었다. 어쩌면 기형도 시인도 이상 시인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시에 흐르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매우 어둡다. 그러나 그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히 시에 담겨져 있다.

교과서에 나오는 <엄마 걱정>을 소개해 본다.

엄마 걱정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이 시는 어쩌면 동시처럼 보인다. 기형도 시인이 생전에 발표하지 않은 미작이다. 그러나 현행 교육부가 교과서에 실어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작품이다. 위 시에서 핵심어는 <엄마>, <유년>이다. 기형도 문학세계에서 시인의 대부분 유년의 기억이 엄마이다.

우리들에게 유년의 기억들이 있다. 추억도 있다. 엄마가 어디론가 사라질까봐서 늘 걱정했던 시인의 유년이다. 열무 서른 단을 이고 시장에 가신 엄마를 기다리는 시인의 모습에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본다.

“금간 창틈”이나 “찬밥처럼 방에 담겨”라는 표현을 통해 춥고 서늘한 가난의 이미지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유년의 윗목”을 통해 어릴 적 엄마를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에서 아랫목을 비워두고 윗목에서 숙제를 했던 그 시절을 떠올려본다. 시인은 울보인가 보다.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시구에서 엄마를 그리워했을 시인의 간절한 마음을 그려본다.

기형도 시인이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기형도 시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1989년 유고작으로 초판이 나와 현재 2016년 기준, 57쇄를 발행했으니 다들 짐작했으리라 믿는다.

기형도 시인은 시대를 읽을 줄 아는 시인이라 생각한다. 시에 있어 흐름 전개가 어쩌면 시라기 보다는 산문에 가까운 시들이다. 또한 단상처럼 자신의 경험을 스토리화 한 것처럼 보인다. 시의 형식도 정형화라기보다는 산문 형식을 평소 좋아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기형도만의 특유의 필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입 속의 검은 잎>이라는 시집에 보면 여러 부분에서 소개하고 있다.

1985년에 <안개>시로 등단하여 시를 쓰기 시작한다. 어둡고 가난했던 유년기 시절의 아픔들을 그대로 말하듯 시에 수록했다. 기형도 시인에게 있어 웃음은 사치다. 시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처럼 시인에게 있어 미래를 직관하는 모습들이 자주 등장한다.

<위험한 가계 1969>에서는 시인의 아버지에 대한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우리 시대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기형도 시인은 1985~1989년까지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빈집>을 통해 혼자 외로이 빈방에 앉아 기다리는 모습들을 연상해 본다. 무얼 생각했을까. 빈집은 절망적 공간이다. 화자가 갇힌 폐쇄적 공간이다. 또한 빈집은 사랑을 잃은 화자의 공허한 마음이라 본다. 기형도 시인의 시는 과장하거나 기교를 부리지도 않았다. 그저 그 시대를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고 표현하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기형도 시인은 민주화를 겪었고, 직접 참여도 했다. 고통이 무엇인지도 알았고 시대의 아픔이 무언지도 알았다. 데모현장을 보면서 총알이 무엇인지도 알았다. 혼자서 시를 쓰고 번뇌하면서 ‘시인이 힘들었을 거다’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음악도 좋아해 기타 연주를 즐겨했던 시인을 보며 그의 내면에 자리 잡은 시세계가 이해됐다.

기형도 시인을 잠시 살펴보았다. 그렇다. 시인에게는 누구나 감성이 있고 경험도 있고 지혜도 있다. 한국문단에 시인들이 2만 명이라고 본다면 누구나 다 시인은 아닐 것이다. 기형도 시인처럼 시에 대한 분명한 고찰과 더 나아가 자신이 글을 쓰는 주제를 담고 있어야 한다. 기형도 시인에 대한 ‘시인의 발자취를 찾아서’를 준비하고 보면서 시인은 시대를 읽을 줄 아는 노력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왜냐하면 시인이기에 그 시대를 글로 표현하고 옮겨야 할 책임과 의무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누가 이 시대를 표현하겠는가? 지금 우리나라 실정에서 아이들에게 교훈으로 보여 줄 부분이 없다. 부끄러운 사람들이 있기에 학생들에게 정치이야기를 못한다. 분명한 것은 독서가 우리의 문화가 되어야 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모티브를 주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도 기형도 시인처럼 주어진 환경을 잘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문학 축제나 백일장 대회는 물론 독서 경진대회를 통해 사회 분위기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세종대왕의 어진 모습을 본받아 애민사랑으로 이어지길 소망한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어 문화로 나아가는 하루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온다. 계절이 바뀌어도 독서는 변함없다. 바로, 독서가 우리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다음호에 이어서]

이천저널  icjn25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