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진 이천시선거관리위원회

결혼이 하고 싶어질 때쯤 하나둘 결혼하고 애 낳는 친구들을 보며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세월은 흘러 나도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보니, 하루하루 커가는 자식을 보며 ‘부모님께 정말 잘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10개월을 온전히 품고 하루하루를 고대하는 부모의 모습, 갓 태어난 아기와 모유로 연결되는 사랑스런 어머니의 모습, 친구와 다퉈 씩씩거리는 자식을 보는 아버지의 모습 모두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의 ‘정치’라는 것이 엄마 뱃속에서부터 나고 자라는 한 ‘생명’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 옛날, 해방은 되었으나 미군정하에서 치러진 1948년 5월 10일의 총선거. 곧 또다시 밀려드는 한국전쟁의 풍파 속에서 우리나라 정치가 정상적인 유아기를 거쳐 성장할 수 없음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불법 정치자금 모금, 각종 이권 개입 사건 등 국회로부터 전해지는 많은 사건사고로 인해 국민은 정치에 대한, 국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것도 모자라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1963년 1월 21일 선거관리위원회가 제5차 개정헌법에 근거를 두어 창설되고 확대 개편되면서 조직이 정비되고 정치권 스스로의 자정노력이 일어나고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의 의식 수준이 향상되면서 정상적으로 커 가는 ‘희망의 정치’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비로소 조성되어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 시기쯤 ‘정치후원금’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정치후원금이란 정치자금을 정당에 기부하고자 하는 개인이 정치자금법의 규정에 의하여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하는 경우와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국회의원후원회에 기부하는 방법이 있는데,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전자의 경우로 기탁금이라고도 한다. 주변에는 정치후원금 이야기를 꺼내기만 해도 정색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물론 필자도 ‘정치를 후원하느니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낫다’라는 분들을 대하면 어떤 답을 드려야 할지 몰라 무거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꾸준히 언론, 인쇄물, 시설물 등을 활용하여 홍보활동을 전개해오고 있고, 최근에는 SNS나 트위터 또는 각종 인터넷 홈페이지 등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유권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수월하게 정치후원금에 대해 알고 기부할 수 있도록 기부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홍보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후원금을 현금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포인트로 납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정치후원금을 납부하면 연말에 10만원까지는 세액공제를 하고 1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시민들이 내 돈을 왜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후원하라고 홍보하고 요구하느냐는 시비도 있지만 정치후원금을 이용하여 정치자금의 기부와 기부 받는 자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청탁 등의 폐해를 예방함으로써 건전한 민주정치의 발전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정치의 병폐를 치유할 수 있다면 우리 국민과 우리 정치가 상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정치후원금이라는 제도가 아닐까 싶다.

정치가 정책을 만들며 이 정책을 이행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이 들게 된다. 잘못 결정된 정책으로 인해 매몰비용이 발생한다면 큰 낭비이며 지금 당장보다는 미래세대에게 무거운 짐이 될 것이다. 따라서 부모가 부족한 자식을 보듬듯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것이 보편화된다면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절감되어 더욱 많은 이웃들이 혜택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한 긍정적인 에너지로 ‘대한민국 정치’가 또 다른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